[이슈 & 포인트] 연구중심병원 투자 규제 풀어야
헬스산업이 국가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투자 대비 생산성은 평균 이하다. 100년 넘는 역사의 국내 제약업계가 개발한 신약은 불과 21개뿐이고, 기업들의 창의적인 헬스의료기기 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 각국이 헬스산업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이때, 우리도 헬스산업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의생명기술(HT) 등의 원천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용화·산업화를 위한 융합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자. 인구 800만명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제약·의료기기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와 헬스산업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이스라엘, 일찌감치 영리병원을 도입해 자국 병원시스템을 수출하는 싱가포르 등은 개방형 의료 혁신을 추구하는 나라들이다. 특히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부속병원은 연구개발(R&D) 기술료로 한 해 2조원을 벌어들인다.

이스라엘은 의학대학이 기업과 손잡고 외부 투자를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외부 투자를 막고 영리병원 논란에 갇힌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도 연구중심병원으로 가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안되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 11월 연구중심병원 관계 법령을 제정했고, 지난해 10개의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는 부처 간 이견으로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도 각종 R&D 비용은 사실상 병원이나 대학의 몫이다. 정부는 연구중심병원이라는 화려한 ‘문패’를 달게 해주지만 임상과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정부 지원은 미미하고 법적 제한으로 외부 투자도 받을 수 없다. 의료계 안팎에서 연구중심병원이 허울뿐인 감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현장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헬스시장 진입을 위한 근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시장 개방이 절실하다. 그래야 헬스분야에서 질(質)로 승부하는 세계 최고의 제품,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세계 최초의 제품, 치료·관리가 융합된 복합 의료현장의 틈새 공략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송시영 <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