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총대란 위기에 몰린 상장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주주총회를 못 열게 생겼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섀도보팅 폐지를 유예해야 합니다.”
17일 전화를 건 한 독자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에 이날 실린 ‘섀도보팅 폐지 후폭풍…내년 150개사 감사선임 비상’이란 기사의 대상 기업 중 한 회사 CEO라고 소개했다. 그는 “섀도보팅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주주들에게 주주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일일이 연락해 사정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 주총에서 감사를 뽑아야 하는데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맞추려면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주총장에 와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여서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는 섀도보팅이 이전처럼 적용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찬성 혹은 반대는 주총의 찬반비율을 그대로 적용하지만 소액주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자본시장법에서 관련조항이 사라진다.
정부의 입법취지가 뭐든 기업 현장에선 초비상이다.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이 3%로 제한되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상장회사가 최소 150개사나 된다. 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되거나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은 섀도보팅 폐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문제가 뭔지를 분석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담당부서는 “한번 도입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유예하거나 철회한 전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가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요건을 완화하면 시민단체가 반발할까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주총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주총대란 위기에 몰린 기업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당국은 더 늦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17일 전화를 건 한 독자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에 이날 실린 ‘섀도보팅 폐지 후폭풍…내년 150개사 감사선임 비상’이란 기사의 대상 기업 중 한 회사 CEO라고 소개했다. 그는 “섀도보팅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주주들에게 주주총회에 참석해달라고 일일이 연락해 사정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 주총에서 감사를 뽑아야 하는데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맞추려면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주총장에 와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여서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는 섀도보팅이 이전처럼 적용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의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찬성 혹은 반대는 주총의 찬반비율을 그대로 적용하지만 소액주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자본시장법에서 관련조항이 사라진다.
정부의 입법취지가 뭐든 기업 현장에선 초비상이다.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이 3%로 제한되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상장회사가 최소 150개사나 된다. 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되거나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은 섀도보팅 폐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문제가 뭔지를 분석 중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담당부서는 “한번 도입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유예하거나 철회한 전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도 문제가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요건을 완화하면 시민단체가 반발할까봐 걱정한다”고 말했다.
주총 시기는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주총대란 위기에 몰린 기업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당국은 더 늦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