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산은 수입신고가 180원…에쎄는 출고가 772원에 과세
국내 진출 외국계 업체들 "종가세 땐 공장 유지 못해"
담배업계는 “결과적으로 국내산 담배보다 1000원 이상 싼 저가 담배가 시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계 담배회사를 시작으로 국내 담배공장 철수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가 담배와 1300원 가격차
17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담배 개별소비세에 종가세 방식이 부과되면 갑당 180원에 수입되는 저가 담배는 국내 생산 담배(2500원 ‘에쎄’ 기준)보다 갑당 571원가량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갑당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적용받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 기타 세금은 2315원으로 동일하지만 종가세가 적용되는 개별소비세는 455원, 부가가치세는 116원을 각각 덜 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조세 소위에서 논의 중인 기획재정부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해 공장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가격(관세 포함)의 77%를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금 격차는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인 공장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가격 간에 차이가 크게 발생하면서 나타난다. KT&G ‘에쎄’의 경우 제조원가와 마진을 포함한 공장출고가격인 772원이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이 된다. 반면 저가 필리핀산의 경우 개별소비세의 과세표준은 180원에 불과하다. 수입신고가격은 갑당 180원인데 관세도 붙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금 차이는 소매인 마진 등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가격은 더 크게 벌어진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에쎄’는 2000원 인상된 4500원에 판매되는 반면 외국산 저가 담배는 3220원에 시중에 풀릴 수 있다.
한국담배협회 관계자는 “KT&G뿐만 아니라 외국계 담배회사도 종가세 도입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 철수 검토”
현재 BAT코리아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업체는 해외 담배원료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가공 판매하고 있다. 담배원료 수입 관세가 20%로 담배 수입 관세(40%)의 절반 수준이어서 수입하는 것보다 자체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KT&G는 국내 담배 농가의 잎담배 등을 수매해 국내에서 가공 판매한다. KT&G와 외국계의 국내 담배공장 고용 인원은 28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종가세 도입으로 저가 담배와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경우 이 같은 생산 구조를 지탱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외국계 담배회사 관계자는 “종가세가 도입되면 비용 측면에서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서 담배를 생산하는 것보다 동남아 공장 등에서 생산한 뒤 수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공장 철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담배회사는 이미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며 “인건비가 더 비싼 KT&G도 해외 공장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비싼 담배에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소득 역진성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종가세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갑당 4000원 이상 담배가 전체 담배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반면 2300~2700원 담배가 전체 소비의 81.6%에 달한다. 담배는 소득 역진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 종가세·종량세
종가세는 물건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매기는 반면 종량세는 물건에 특정 금액을 일괄 부과하는 세금이다. 부가가치세가 종가세이고, 인지세·유류 특별소비세는 종량세로 분류된다. 기존 담배 세금의 경우 부가세를 뺀 나머지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건강부담금 등은 모두 종량세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