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빠른 추격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사업 재편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핵심 사업이나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접는 대신 특화 시장이나 경쟁력을 갖춘 사업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키우고 있다. 기존 범용 화학제품만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떼내고 붙이고'…유화업계는 변신 중
○“유망 사업 찾아라” M&A 봇물

폴리에스터 단섬유 국내 1위 업체인 휴비스는 올해 초 사내에 신규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중국 인도 등 기존 수출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화학섬유 사업만으로는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연계할 수 있고,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현재 10여개의 신규사업 아이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사업 추진 TF의 첫 성과는 지난달 가시화됐다. 발전소 수처리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 최대 발전소 수처리 전문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을 1181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발전소 수처리 관련 4대 핵심기술로 꼽히는 순수제조기술, 복수탈염, 해수전해, 증기화학세정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월 미국 수처리 역삼투압 필터 제조업체인 나노H2O를 2억달러에 인수하고 수처리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처리사업 등을 미래성장사업으로 정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과 석유화학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한화는 앞서 호주 태양광 업체인 엠피리얼과 국내 화학 업체인 KPX화인케미칼을 잇따라 인수했다. 반면 비주력 사업인 제약업체 드림파마와 건재사업계열사인 한화L&C를 매각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SK이노베이션효성, 삼성정밀화학 등 석유화학 선두주자들도 비주력사업 정리를 포함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지지부진한 사업 정리는 물론 알짜 사업도 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에 폴리에스터 원료로 쓰는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업체인 SK유화를 SK케미칼의 자회사 SK신텍에 매각했다.

경기 평택 등의 사업장에 있는 스팀설비도 매물로 내놓았다. 미래수종사업으로 키우던 태양전지업체 헬리오볼트도 최근 팔았다. 2011년 7600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했으나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면서 추가 자금 지원이 여의치 않게 되자 매각을 결정했다.

효성은 최근 주스·음료·맥주용 페트병 등을 생산하던 패키징 사업부문을 4150억원에 스탠다드차타드(SC) 사모펀드에 팔았다. 작년 매출은 230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수익성이 높은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효성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효성은 작년 국세청에 4016억원을 추징당하면서 차입금이 늘었고,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 관리 대상 계열에 포함됐다.

삼성정밀화학은 미국 선에디슨과 합작한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SMP 지분 35%를 지난 3월 선에디슨에 140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에 빠지자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뺐다. 이 회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15%도 매각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