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중 FTA에 궁금증 못 푼 섬유업계
“갑자기 주말에 (정부에서) 연락이 와서 기자들에게 공지한 것인데, 하루 전에 급하게 취소가 된 겁니다. 저희는 하라는 대로 한 겁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전략기획팀 관계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팀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협상팀이 중국 출장을 가는 바람에 일정을 미룬 겁니다. 아는 사람이 설명을 해야 하니까요.”(산업통상자원부 섬유세라믹과 관계자)

국내 섬유·패션 업계가 ‘한·중 FTA 타결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요즘 관할 부처인 산업부와 업계를 대변하는 섬산련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중국산 섬유보다 단가를 낮추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지, 생산하는 섬유 종류를 바꿔야 하는지 등 궁금증 투성이다. 이에 당국은 “설명회를 열어 알려주겠다”고 지난 15일 급하게 공지했다가 이틀 만인 지난 17일 갑자기 취소했다.

섬산련 담당자들은 “우린 산업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하려고 했지만 협상팀이 급히 출장을 갔기 때문에 미룬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상팀이 급히 출장갔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산업부는 아직도 “세부 협상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나중에 국내 영향에 대해 의견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중국산 섬유의 수입액이 더 많아 35억8817만달러(약 3조9434억원)의 무역적자를 본 상황에서 수천 개 기업들에 잠자코 기다리라는 얘기다.

산업부는 “다음주 중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며 “우리 측 양허안은 이미 섬산련에 전달했고 중국 측 양허안은 순차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를 대변해야 할 섬산련이 직접 나서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중 FTA 타결 소식이 나온 지난 10일 기자가 섬산련 관계자에게 “FTA 체결이 국내 섬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식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그런 건 준비한 게 없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민지혜 중소기업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