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리장성·삼성…한국 증시 '3성 홀릭'
여심(女心)을 대표하는 화장품주는 올해 증시의 스타로 등장했다. 식품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는 종목들 역시 강세를 보였다. 합병과 상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영향으로 화장품은 물론 식품 등 중국 내수시장 관련주들의 흥행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만리장성으로 상징되는 중국, 그리고 삼성 등 ‘3성’은 내년 증시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심과 만리장성이 화두

중국을 사로잡은 화장품주는 실적과 주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영업이익(147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2% 늘었다. 최근 조정을 받긴 했지만 18일 주가는 3개월 전보다 10.9% 오른 227만원이다.

LG생활건강도 최근 3개월간 19.8% 상승세를 보였다. 한·중 FTA 발효로 6.5~10%의 화장품 관세가 철폐되면 중국 수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식품주인 풀무원과 보령메디앙스, 삼익악기 같은 유아용품주 등 중국 내수를 겨냥한 종목들의 상승폭도 컸다.

고가의 가방, 화장품 등을 해외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여성 소비자가 늘면서 택배주와 전자결제주도 강세를 보였다. CJ대한통운KG이니시스는 3개월 전보다 각각 25.0%, 20.0% 상승했다.

한·중 FTA로 중국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항공·여행·레저주의 수혜가 예상된다. 드라마와 가요 등 한류 콘텐츠 산업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엔터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국 관련 소비주와 경기민감주 등은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간 증시 교차거래) 시행으로 당분간 외국인 수급공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소비주보다 중국 국적 주식으로 쏠린 데 따른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이사는 “화장품주 등 중국 관련 소비주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한·중 FTA로 한류 콘텐츠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실제 중국인을 사로잡을 만한 콘텐츠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숨가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삼성그룹주는 올해 증시를 떠받친 또 하나의 축이었다. 지난 14일 상장한 삼성SDS는 이날 8.12% 오르며 한국전력을 제치고 시가총액 4위 자리를 꿰찼다. 이날 5.72% 상승한 KCC는 다음달 상장하는 제일모직 덕을 봤다. KCC는 제일모직 지분 17%를 가진 2대주주다. 삼성SDS(17.08%), 제일모직(1.48%)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올 들어 15.7%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순환출자구조 해소, 계열사 정비 작업이 시작됐고 상장 예정 종목의 지분 보유에 따라 그룹주들이 출렁였다.

올해 상장으로 확보한 재원의 활용과 더불어 단순한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신속한 신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메디슨을 중심으로 한 의료사업 통합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 지주사 전환도 제기되는 가능성 중 하나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궁극적으로 전자와 건설, 금융, 상사와 중화학, 광고와 패션 등 4개 지배권역으로 정비될 것으로 본다”며 “이후 지주사 체제는 계열별 선택사항이 되겠지만 어떤 변화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허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