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이 최근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국내 은행의 중국법인 경영실태에 유의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경이 보도했다. 중국 측은 국내 5개 은행 중국법인들이 현지에서 중국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과도하게 지급보증을 서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출 때 담보와 보증에 대한 엄격한 평가, 여신관리 강화,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주문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산건전성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항목들은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한다. 그것도 선진국이 아니고 금융질서가 있는지조차 궁금한 중국으로부터 받은 따끔한 지적이다. 금감원도 전례없는 일이라며 당혹해 하는 표정이다. 권고라기보다 경고의 의미가 더 짙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 해당 은행에 엄격한 여신관리를 당부하는 공문도 보냈다고 한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지만 금융 등 서비스는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한참 뒤처진다. 이런 중국에조차 핀잔을 듣고 있는 판이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한국 금융사의 경쟁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 국제 평가도 바닥권이다. 더 뱅커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가한 세계 100대 은행 중 한국 은행은 5개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은행의 건전성은 144개국 중 122위로 사실상 꼴찌다.

한국 금융을 이다지도 부끄럽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고질적인 관치금융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서민대출을 늘리라고 야단이더니 이번 정부는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금융위는 기술금융,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을 요구하면서 은행 등을 떠밀고 있다.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대출심사방법까지 정부가 강요하는 식이다. 시시콜콜 간섭하며 은행을 아예 온실 속 화초나 어린애로 만들고 있다. 정책금융, 관치금융이 판치면 은행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여기에 온통 ‘관피아’요 ‘정피아’다. 아시아에서조차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한국 금융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