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발레, 그리고 협동조합
‘발레’와 ‘협동조합’.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에 발레협동조합이 있다. 올 1월 국내 5개 민간발레단이 모여 처음 ‘발레STP(Sharing Talents Program)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필자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5개 민간발레단은 이원국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 서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화려한 발레리나를 볼 때 관객은 어떤 생각을 할까. 발레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집안 자녀들이 배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또한 발레단에 입단했다고 하면 안정된 직장에서 넉넉한 보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화려함과는 달리 협동조합에 등록돼 있는 5개 발레단 중 두 곳만이 고정급여와 4대보험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발레리나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발레협동조합은 두 달에 한 번씩 정기미팅을 하고 매년 3회의 합동공연, 연 1회의 심포지엄을 연다. 일반인에게 발레를 좀 더 알리고 공연 횟수를 늘려 그 수익으로 단원들의 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5개 민간발레단 단장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국내 대학에서 매년 졸업하는 발레 전공생은 대략 200~250명이다. 그런데 고정급여와 4대보험을 지급하는 국내 프로발레단은 4곳뿐이다. 상당수의 발레 전공생이 정규직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화선진국인 미국은 지역 내 문화예술활동을 활성화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27개의 프로발레단이 있고, 뉴욕만 해도 뚜렷한 미션과 작품 색을 가진 17개 발레단이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 학교와 주민이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예술이 생활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이유다.

요즘 우리나라도 발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무척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발레동호회나 취미 발레, 주부 발레, 유아 발레 등 발레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도 언젠가는 더 많은 프로발레단이 생겨 발레 전공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고 우리나라가 문화 예술적으로 균형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발레협동조합 5개 발레단의 바람은 나중에 후배들이 지금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춤을 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시작이 발레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무용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