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엘의 세계적 펀드인 요즈마그룹은 창업 초기 기업을 일컫는 ‘스타트업’ CEO에게 우리나라 펀드들의 필수 요구사항인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일까?”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
12살 어린 나이에 이슬라엘로 건너가 이 나라 12대 총리 한국담당관을 지내고 2년 전 요즈마 그룹 (요즈마 펀드)의 한국지사장으로 금의환향한 이원재씨는 이에 대해 성공과 상반된 ‘실패를 위해서'라고 알쏭달쏭한 답변을 내놔 청중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는데요.

이원재 지사장이 이 같은 언급을 한 자리는 한국경제의 인터넷미디어 한경닷컴이 청마의 해 11월 18일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개최한 ‘2014년 글로벌 ICT 융합 정책포럼’입니다.

그는 이날 키노트 연설자로 나와 요즈마그룹의 한국투자 운영방향을 소개하며 “(우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 CEO들에게 ‘연대보증’이란 굴레를 씌우지 않는 것은 이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즉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원재 지사장에 따르면 요즈마펀드의 평균적인 투자성공률은 열 개 중 세 개 꼴인 30% 남짓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7개사는 실패한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성공한 세 개 기업이 가진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도 이전에 여러 차례 실패했던 경험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이 같은 실패를 밑천으로 해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는 거지요.”[이원재 지사장]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현재 이슬라엘 사회 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후츠파’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후츠파 Chutzpah는 무례, 뻔뻔, 철면피, 용기, 배포, 도전성이란 뜻을 지닌 히브리어. 이는 권력자 또는 권위자에게 자신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용기의 밑바탕이 된다는 얘기. 후츠파는 이슬라엘이 끊임없이 쇄신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특히 변화가 빠른 IT 분야에서 저력을 발휘한다는 설명.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은 1032개.]

이 지사장은 10년여 전 요즈마펀드가 출범하기 이전엔 이슬라엘의 벤처기업 수는 단 1개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실패를 경험으로 치는 요즈마펀드의 투자패턴에 따라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다수 등장하며 이슬라엘 젊은이들 사이에 벤처창업이 변호사를 제치고 최고 선호 직업으로 부상했다고 이 지사장은 들려줬습니다.

다음은 이원재 지사장이 이날 키노트 연설을 통해 내놓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입니다.

1. 글로벌 스타트업의 부재 = ★한국인은 근면성, 프로페셔널함, 능력까지 갖추었지만 문화적인 연유로 기업가정신이 발달하지 못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극복하고 창업하는 기업가도 있지만 내수시장만을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원조격인 ‘싸이월드’, 스카이프 보다 훨씬 전에 태동했던 ‘다이얼패드’가 꼽힌다.

2. 글로벌 투자자의 부재 =★지난해 1조4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투자금액은 대부분이 국내 벤처캐피털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 유입이 부족하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의 부진은 글로벌 IPO (기업공개)와 기업 인수합병 (M&A)의 부진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3. 리스크에 내몰린 벤처 기업들= ★현재의 대기업 중심 경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현재 창업한 기업들은 ‘죽음의 계곡 (데쓰 밸리)’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높다. 새로 만들어진 벤처회사들의 41.2%만이 창업 후 3년을 버틴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최하위다.

4. 제한된 출구= ★스타트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는 비중이 낮다. 또 기업인수합병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다. ★벤처캐피탈들은 후기 스테이지 (성숙) 기업에 투자하는 등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게다가 쉬운 회사들만 골라 투자하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들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꺼린다.★스타트업 CEO들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창업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다.
/요즈마 주요 투자 성과=요즈마 제공
/요즈마 주요 투자 성과=요즈마 제공
이원재 지사장은 이 같은 한국 스타트업의 문제와 관련 다음과 같은 대한(對韓) 투자계획을 밝혔습니다.

1.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 설립 = ★요즈마그룹 고유의 창업철학을 토대로 한국기업가의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목적. ★2000평 이상의 규모로 국내에 캠퍼스 설립 고려. ★향후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해외 거점지역에도 조성할 예정.

★소프트웨어 바이오 정보기술 인터넷 등 분야별 초기 기업에 특성화된 교육 훈련 과정 제공. ★세계 유수의 벤처분야 리더들의 강연 주최 및 교류기회 지원.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에 수시 노출될 수 있는 환경 조성.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과 글로벌화에 기여. ★아시아 스타트업 허브로 육성할 계획.

2.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의 특이점= ★창업 초기부터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등한 위치로 설정해 해외진출 또는 시장 확장의 기회 제공. ★요즈마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팀빌딩 단계에서부터 나스닥 상장까지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노출.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이슬라엘 후츠파 정신 및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에 기반을 둔 이슬라엘 교육방식 도입. ★아시아 청년들이 한국을 거점으로 교류 협력 합병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는 환경을 조성. ★해외 투자자가 한국을 통해 아시아 신흥국의 창업시장에 투자할 기회 확보.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