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앞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창업 벤처 관계자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지난달 10일 열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앞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창업 벤처 관계자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최근 하드웨어(HW) 벤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벤처 지원이 주를 이루는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중국 공포증(恐中症)’이 확산되고 있어 제조 벤처 투자는 점차 외면받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통신 기업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네트워크와 연동한 하드웨어,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분야라는 판단에 따라 이 분야 지원에 나서고 있다. HW 벤처가 주축을 이루는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부터 SK그룹 전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HW 스타트업 전방위 지원

제조 벤처 산실된 SKT…현대車·LG도 배워갔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미국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랩나인’, 국내 HW 창업기획사 ‘액트너랩’과 글로벌 제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포괄적인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랩나인은 글로벌 전자제품생산전문기업(EMS) ‘플렉스트로닉스’의 자회사로 HW 지원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터다. 올 4월 설립된 국내 HW 전문 액셀러레이터 액트너랩과 SK텔레콤이 국내 제조 스타트업에 자금·멘토링·창업공간 등을 지원하면 랩나인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최대 500만달러(약 55억4000만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그간 2기에 걸쳐 운영해 온 원스톱 창업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도 주로 하드웨어 기업을 지원한다. 무인택배시스템, 발로 조작하는 운동기구 ‘스마트 짐보드’ 등이 사업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23개팀이 지원을 받았으며 매출이 나고 있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이 ICT HW 벤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통신서비스와 결합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기존의 판로 등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차세대 신사업 영역인 IoT와 연계된 분야여서다.

○삼성전자도 견학

이 분야 스타트업 노하우가 쌓이자 한 발 앞서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현대자동차도 배워 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임원이 직접 SK텔레콤 본사를 방문하고 실무자들이 대전에 내려가 벤치마킹 차원에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갔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과 함께 세계로 진출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영할 300억원 규모의 창업 펀드도 마련할 계획이다.

제조 스타트업은 최근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분야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HW 스타트업 투자는 올 3분기까지 투자액 1171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다. 투자해 봐야 빠르게 베끼는 중국에 제품을 빼앗긴다는 무기력증이 지배적이다. 그 외 투자금액이 많이 들고, 성장 기간이 길다는 점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