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 논리에 연기된 日소비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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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소비세 추가 인상을 연기해서 중의원을 해산한 건지, 중의원 해산을 위해 소비세 인상을 미룬 건지 모르겠네요.”
지난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 소식을 접한 도쿄 금융가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1년6개월 연기하고, 21일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이후 정치권과 금융가에 끊임없이 제기된 조기총선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본 경제는 올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아베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를 추가로 올릴 수 없으며 “(법에서 정해) 세제를 크게 바꾸는 것이라 국민에게 신뢰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해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을 보류한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아베 총리가 판단 근거로 들었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발표되기 1주일 전부터 아베 총리 측근과 여당 인사들의 입을 통해 소비세 인상 연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8일 아베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부터 중의원 해산을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도 소비세 인상을 전제로 한 경제대책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세 추가 인상과 관련해 의견을 듣는 다섯 차례의 전문가회의도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그쳤다. 전체 45명의 전문가 중 70%에 육박하는 30명이 예정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장 힘들더라도 재정건전성을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심지어 아베 정부의 양대 경제 수장인 아소 부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예정대로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철저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할 소비세 인상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주변에 늘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선거를 되풀이하며 이기는 게 장기집권의 요령이다”라고. 일본의 이번 소비세 인상 연기가 ‘정치적 산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지난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 소식을 접한 도쿄 금융가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1년6개월 연기하고, 21일 중의원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이후 정치권과 금융가에 끊임없이 제기된 조기총선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본 경제는 올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아베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를 추가로 올릴 수 없으며 “(법에서 정해) 세제를 크게 바꾸는 것이라 국민에게 신뢰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해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을 보류한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아베 총리가 판단 근거로 들었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발표되기 1주일 전부터 아베 총리 측근과 여당 인사들의 입을 통해 소비세 인상 연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8일 아베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부터 중의원 해산을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도 소비세 인상을 전제로 한 경제대책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세 추가 인상과 관련해 의견을 듣는 다섯 차례의 전문가회의도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그쳤다. 전체 45명의 전문가 중 70%에 육박하는 30명이 예정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장 힘들더라도 재정건전성을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심지어 아베 정부의 양대 경제 수장인 아소 부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예정대로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철저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할 소비세 인상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주변에 늘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선거를 되풀이하며 이기는 게 장기집권의 요령이다”라고. 일본의 이번 소비세 인상 연기가 ‘정치적 산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