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위협받는 經濟, 정신 못 차리는 政治
한국 경제가 많이 어렵다. 지속되는 실업과 취업난,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소득분배 악화와 부족한 복지재정, 경기침체 장기화와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경제 문제의 뿌리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에 있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1990년대 이후 저하추세에 있다. 1980년대 말 9%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지속 하락해 지금은 3.5%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잠재성장률이 1% 아래로 추락해 사실상 성장잠재력이 소진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2030년께 그런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이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언젠가는 증상이 나타나고 가시적인 위협요인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선도 기업들이 배경과 원인은 다르지만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실적 부진에 처하게 된 것은 그런 점에서 우연한 일로 보기 어렵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지금 한국 경제와 주력 산업을 위협하는 중국 기업의 도전, 세계 경제 침체, 중국의 저성장, 일본 엔저 현상이 경기순환에 의해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당기간 지속될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발할지 모른다. 만약 중국의 금융위기, 일본의 재정위기, 유로존 해체 가능성, 일부 신흥국 경제위기, 중동사태 악화 같은 돌발 상황이 불거지면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2008년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매우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한국 경제의 내부적 취약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와 잠재적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몇 년간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이런 국내외적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권 교체기에, 그리고 2018년 2월로 예정된 동계올림픽 준비에 온 나라가 몰입하고 있을 시기에, 만약 국내적으로 주요 산업이나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부실이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임기 만료를 앞둔 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구조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이 시기에 세계 경제가 어떤 돌발 사태에 의해 2008년과 같은 대혼란에 빠진다면 한국 경제를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정책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2016년부터 시작되는 국내 선거일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한국 경제를 개혁해 건전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15년이 경제개혁의 ‘골든타임’인 이유다. 지금과 같은 한국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가지고 정권 교체기에 들어간다면 한국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새누리당이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법안, 규제개혁법안, 공기업개혁법안을 연이어 발의해 한국 경제의 개혁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들 개혁법안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을 해소하고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당한 일이 아니다. 1996년부터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해 노사관계 개혁과 금융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으나 임기 말 무력화된 대통령과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야당과 노조의 반대로 인해 그런 개혁 조치가 무산되고,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