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이근면의 인사혁신 성공하려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임명된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대표이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김광웅 서울대 교수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맡으며 공직인사 개혁을 이끈 적은 있으나 민간기업의 인사 전문가가 공직개혁을 주도하는 자리에 앉은 것은 처음이다. 이 처장은 삼성코닝·삼성SDS·삼성전자 등에서 30년 넘게 재직하며 주로 인사 관련 업무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사업무를 총괄해 온 인재관리 전문가다.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 맞게 인력관리를 해온 셈이다. 글로벌무대는 전쟁터다.

혁신은 기득권 깨는 작업부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학자들과 종종 벌이는 인사노무 관련 소모임 토론회에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공부 주제로 오르곤 했다. 풍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의 명확한 인재관리 방향을 제시해 많은 공감대를 얻어 왔다.

이런 그의 혁신 아이콘이 무사안일과 형식주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 공직사회에 어느 정도 먹힐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한국의 공무원은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 축을 맡아온 건 사실이지만 급속하게 변하는 시대 흐름에는 둔감하게 반응해 왔다. 세월만 흐르면 적당히 직급과 호봉이 올라가는 연공급과 퇴직 후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고액의 공무원연금 수급, 결정적인 실수가 없으면 해고되지 않는 철밥통 직장, 그리고 퇴직 후 산하기관에서의 추가 근무 등 많은 혜택을 누려온 게 공무원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사회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결국 ‘관피아’란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공무원사회는 정부부처 산하기관과 유관협회 등과 공존의 먹이사슬을 이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처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공무원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쟁력 있는 미래 공무원의 모델을 찾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공무원사회에 대한 인사 혁신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경쟁시스템 도입해야 활력 넘쳐

공무원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은 불가피하다. 민간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 위주의 신상필벌과 경쟁시스템의 과감한 도입으로 공직사회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발등의 불이 된 공무원연금 개혁도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문제는 혁신에 따른 공무원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이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박근혜 정부가 민간기업 인사전문가를 인사혁신 책임자로 내세운 인사실험(?)도 성공할 수 있다. 공직은 탄탄한 권력이어서 웬만한 충격에는 움직이지 않고 변화도 거부한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학자가 모부처 장관에 임명됐을 때 “공무원들이 무섭다”는 표현을 했다. 학자 출신 장관을 공무원들이 배타적으로 대하고 얕잡아 봤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광웅 교수는 “공직사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폐쇄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개혁하기 어려운 조직이란 얘기다. 민간기업의 경쟁시스템을 공직사회에 접목시켜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 노동전문기자·경제博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