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로봇 필레, 혜성서 유기분자 발견
사상 최초로 혜성에 착륙해 표면 탐사를 진행 중인 탐사로봇 ‘필레(Philae·사진)’가 혜성의 대기에서 탄소 성분이 함유된 유기 분자를 발견했다. 지구 생명의 기원이 혜성에서 전해졌다는 학설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는 필레가 지난 13일 혜성 ‘67P/추루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한 직후, 탑재한 코사크(COSAC) 가스 분석기를 이용해 대기에서 처음으로 유기 분자를 탐지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DLR는 “유기 분자들이 탄소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단백질을 구성하는 착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성분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성에서 첫 유기 분자를 발견한 것은 지구의 생명 탄생에 필요한 물과 유기 분자가 혜성에서 온 것이라는 학설을 검증하는 데 중요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러시아과학아카데미(RAS)는 “혜성에서 유기 분자를 발견한 사실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과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필레는 혜성 표면이 예상보다 훨씬 딱딱하다는 점도 발견했다. DLR은 “해머의 힘을 점차 증가시켰는데도 표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며 “혜성 표면이 생각했던 것만큼 부드럽고 푹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서 드릴을 작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표면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04년 발사된 모선 로제타호에 실려 10년8개월 동안 약 64억㎞를 비행한 필레는 13일 시속 6만6000㎞로 움직이는 혜성 67P에 착륙했다. 착륙에 성공한 후 15일 배터리 방전으로 ‘대기모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모두 지구로 전송,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