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벤처 1세대’인 이민화 KAIST 초빙교수(전 메디슨 회장·61)가 자신이 창업한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에 최대 4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칸서스인베스트먼트3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회사 자금을 자회사에 담보로 제공해 132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며 이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측이 4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2심 재판부의 22억원 배상 판결보다 대폭 경감된 것으로 경영 기여도 등을 고려해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올해 5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관여 정도와 평소 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물은 것은 위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메디캐피탈이 거액의 채무로 자력으로는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대출금도 기존 채무 변제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주식 투자 등에 썼다”면서도 “회사 측의 손해 발생 및 확대 경위와 피고가 관여한 내용 및 정도, 피고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고려하면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메디캐피탈 측으로부터 먼저 투자를 제안받은 점 △당시 메디슨의 주식 투자 성과가 컸던 점 △담보 제공을 대가로 개인적 이득을 취한 적이 전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배임에 해당하는 경영상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경영진에게 모두 씌우는 것은 안 된다는 기존의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 측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던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아예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고 밝혔다.

정소람/배석준 기자 ram@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