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황금알 낳는 의료관광…이제라도 가이드라인 만들자

해외환자 유치 6년

기고 -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의료관광 지원에 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담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이 조만간 국회 보건복지위에 정식으로 상정된다. 법안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등 국제의료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의료법에 넣는 방식이 아닌 의료관광에 관한 한 명실공히 최초의 독립 입법안이다. 국회가 이제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을 논의하게 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여러모로 잘된 일이다.

우리 의료제도는 의료법을 통해 반세기 넘게 수정돼왔지만 근본적인 입법 취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국민을 위한 공공 의료제도가 의료법의 근본 이념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내외적으로 의료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의료법이 이를 모두 담아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수수료 관행의 제도화가 대표적이다. 내국인 환자 소개비(수수료)의 금지와는 달리 외국인 환자 소개료는 허용하는 내용이다. 같은 환자인데 국적에 따른 차별 현상이 하나의 법에 공존한다. 이유가 달라 다르게 취급했다면 다른 법으로 해결했어야 한다. 공공성과 비상업성을 위주로 한 의료법의 근본 정서와 의료의 국제화·사업화라는 새로운 개념이 한지붕 두 가족처럼 모여 살게 된 것이다. 의료법에 국제의료와 관련된 사항을 ‘덧대기’식으로 부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연히 독립된 법으로 다뤄야 한다. 서로 입법 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의료 상황은 어떤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넘어 전 세계에 국내 병원이 직·간접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병원 해외 진출에 대해 정부는 다소 힘겨운 법해석을 통해 물꼬를 터주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없어 일각에선 무리수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의료 수출이나 국제의료는 소수 관여자만의 쓸쓸하고 힘든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국내 의료의 건전한 발전이 해외 의료의 기초체력이 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 예상되는 국내 의료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보강제로 해외 의료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중동 진출이나 세브란스병원의 중국 진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이 현행 의료법 내의 어색한 해외환자 유치 규정을 가지고 오고, 해외 원격진료에 대한 방법적 허용이라든지 해외진출에 대한 국가 지원 등의 내용을 독립적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 체계의 면에서도 모양이 좋다.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그간 고생한 의료 프런티어들에게 준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바람직하다. 나아가 법적 근거를 갖게 돼 국제의료 관련 사업에 안정감이 생길 수 있다. 확실히 경제적 효과는 한층 더 커질 것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의견이 수렴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지길 바란다. 사회 변화가 새로운 법을 낳게 했다면, 그 법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비전을 제시해 사회변화에 보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