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로직 E9(Logiq E9), 흉부·갑상샘·간·복부…다양한 신체부위 진단
시그나 PET/MR…MRI-PET 융합 기기, 초기 암세포 정확히 진단
MRI 검진 제약 없앤다…임플란트·인공관절 시술 등
의료기기 착용환자 위한 신기술도 곧 상용화 앞둬
‘초음파 강자’로 떠오른 GE코리아
R&D센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층에 전시된 ‘초음파 명예의 전당(Ultrasound Hall of Fame)’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초음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뜻밖에도 한 동양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벤저민 폭스 GE헬스케어 국제사업부 매니저는 사진의 주인공을 얼마 전 GE에서 정년퇴직한 최영춘 전 GE코리아 초음파사업부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면 수십년의 전문성을 키우고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1년에 정확히 한 명만 선정하고,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노벨상과 같은 영광으로 여겨진다. 올해 수상자가 최영춘 전 사장”이라고 설명했다.
GE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7곳에 설립돼 있는 GE의 초음파기기 생산기지 중 가장 큰 곳이 경기 성남시에 있다. 성남에서 만든 GE 초음파기기는 GE의 글로벌 생산량 중 30%를 차지한다. 패트 밴터스 GE헬스케어 초음파사업부 마케팅총괄책임자(CMO)는 “한국은 이제 초음파 진단기기의 글로벌 중심지로 성장했다. 삼성메디슨이 초음파기기 시장에 뛰어든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GE헬스케어는 초음파기기로만 연간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 기준 글로벌 1위다. 그 배경에는 밀워키 리서치 파크에서 개발한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날 R&D센터에선 GE가 개발 중인 초음파 신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GE의 가장 대표적인 초음파기기는 ‘로직 E9(Logiq E9)’이다. 초음파 발생시 생성되는 열을 흡수함으로써 기존보다 높은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XD클리어’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다. 흉부·갑상샘·간·복부 등 다양한 부위를 검사하고, 과체중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돕는 등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기술의 초음파기기로 평가받는다. 밴터스 총괄책임자는 “성남에 있는 초음파기기 생산기지에서 개발·생산한 ‘로직 S8’과 ‘로직 S7’ 등이 로직 E9의 모태가 됐다”면서 “앞으로는 간경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해 간 조직 검사의 필요성을 없애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헬스케어 융합 이끄는 ‘MR-PET’
차세대 융합기술의 선두주자는 MRI와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합친 ‘시그나 PET/MR’이다. 초기 암세포의 변화를 알아내 그 위치를 MRI 영상에 정확하게 표시하는 미래형 진단기기다. 초기 암세포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했지만, PET/MR을 통해 위치와 크기를 4D 영상으로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MRI의 소음을 없앤 ‘사일런트 스캔(Silent Scan)’ 기술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제이 에릭 스테어 MR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MRI 촬영 시 발생하는 소음을 가정용 전기믹서보다도 낮은 77dB까지 획기적으로 줄였다”며 “잠을 잘 수 없는 신생아나 공포심으로 인해 검사가 어려운 소아환자 등의 검사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MRI 검진에 제약이 있었던 임플란트·인공관절 등의 의료기기 착용 환자를 위한 신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종전까지 MRI의 강력한 자성으로 인해 금속으로 이뤄진 물체를 착용한 환자는 영상이 왜곡되는 문제가 있었다. GE헬스케어는 ‘매브릭 SL(MAVRIC SL)’ 솔루션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밀워키=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