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재해가 조직 무너뜨려…防災산업 국가차원 육성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 한국방재협회
인터뷰 - 김진영 한국방재협회 회장
취약한 고리가 전체에 충격
위험관리최고책임자 CRO
선진국 기업에선 사고 지휘
국내 기업도 적극 도입해야
美·日·EU, BCP 정책 만들어
국제표준까지 제정된 상황
인터뷰 - 김진영 한국방재협회 회장
취약한 고리가 전체에 충격
위험관리최고책임자 CRO
선진국 기업에선 사고 지휘
국내 기업도 적극 도입해야
美·日·EU, BCP 정책 만들어
국제표준까지 제정된 상황
“아주 튼튼한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이 쇠사슬의 고리 하나는 강도가 약한 주석으로 돼 있어요. 그렇다면 이 사슬은 결국 주석의 강도만큼만 외부의 힘을 견딜 수 있습니다. 단 한 부분이어도 취약한 고리가 있으면 그 부분이 전체 사슬의 강도를 떨어뜨린다는 거지요.”
김진영 한국방재협회 회장(61·사진)은 재해예방(방재) 활동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취약점이 전체 구조의 강도를 결정짓는다는 이른바 ‘최소율의 법칙(Law of Minimum)’에 따라 한순간의 재해가 사회나 조직의 모든 부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방재를 소홀히하는 건 얼마 안 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을 떨어뜨리는 ‘안전 이기주의’일 수 있다”며 “온 나라를 슬픔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사고를 보면 재난이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평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게 사회 전체의 고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경영에서도 최소율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또는 협력사에서 잦은 불만이 접수되는 기업을 생각해봅시다. 콜센터나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는 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조치하지 않습니다. 상부는 이를 모르거나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 기업은 거대한 댐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기업에 대한 불만이 일파만파 퍼지거나 콜센터 직원이 단체로 반발하는 등의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는 “생산 라인의 작은 문제, 사소한 제품 하자, 원재료의 저품질, 유통 과정상의 일상적인 지연 등 극히 작은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소한 징후만 보이다가 회사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정도로 큰 일이 갑자기 발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위험관리최고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라는 기업 직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선진국 기업의 조직도를 보면 CRO를 두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RO는 경영활동을 둘러싼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숙지·대응해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말한다. 대형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빠른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을 도맡아 한다. 과거 대형 사건사고를 겪은 뒤 이런 직책을 신설한 곳이 많다고 한다. 국내 기업도 CRO직을 신설하는 등 평소 조직 내에서 방재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업무연속성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도 김 회장이 최근 국내에서 널리 퍼뜨리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BCP는 기업이 예기치 않은 일을 만나 업무가 중단됐을 때 핵심기능 보호, 연속성 확보 전략을 통해 조기에 업무를 재개하고 기업을 회생시키는 전략이다. 2001년 9·11 테러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경영전략을 모태로 한 개념이다.
김 회장은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BCP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내 기업의 96%, 영국의 48%, 일본의 49%가 이를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예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어 사회안전 업무 연속성 관리 국제표준(ISO22301)까지 제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내 기업이 체계적인 방재 계획을 수립한 선진국 기업과 거래할 때 ‘거래를 지속하려면 우리처럼 방재 조치를 하라’고 요구받는 등 업계의 방재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금융·보험업계를 중심으로 BCP가 점차 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화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에서 화재 정전 홍수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인식을 높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조직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방재협회를 이끌어나갈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방재 신기술을 국가경쟁력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방재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방재산업전 행사를 할 때 외국 바이어 및 공공단체 참여를 통한 새로운 해외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방재 R&D사업의 시의성 및 적정성, 기술성 담보를 위한 자문단을 구성해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 방재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전문교육 내실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요자 최소비용 부담으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교육의 질을 올리기 위해 미래 재난 환경에 대한 신규 교육프로그램 및 관련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향후 수십년 앞을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분야별 추진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경기대 토목학과를 졸업한 뒤 건설부 수자원국을 시작으로 내무부,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 등에서 일했다. 인천광역시 도시계획국장과 정무부시장,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거쳐 올해초 제6대 방재협회장에 취임했다. 방재전문성과 행정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직의 조화, 소통을 중시하는 성격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김진영 한국방재협회 회장(61·사진)은 재해예방(방재) 활동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취약점이 전체 구조의 강도를 결정짓는다는 이른바 ‘최소율의 법칙(Law of Minimum)’에 따라 한순간의 재해가 사회나 조직의 모든 부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방재를 소홀히하는 건 얼마 안 되는 비용 절감을 위해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을 떨어뜨리는 ‘안전 이기주의’일 수 있다”며 “온 나라를 슬픔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사고를 보면 재난이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평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게 사회 전체의 고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경영에서도 최소율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또는 협력사에서 잦은 불만이 접수되는 기업을 생각해봅시다. 콜센터나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는 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조치하지 않습니다. 상부는 이를 모르거나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 기업은 거대한 댐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기업에 대한 불만이 일파만파 퍼지거나 콜센터 직원이 단체로 반발하는 등의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는 “생산 라인의 작은 문제, 사소한 제품 하자, 원재료의 저품질, 유통 과정상의 일상적인 지연 등 극히 작은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소한 징후만 보이다가 회사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정도로 큰 일이 갑자기 발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위험관리최고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라는 기업 직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선진국 기업의 조직도를 보면 CRO를 두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RO는 경영활동을 둘러싼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숙지·대응해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말한다. 대형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빠른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을 도맡아 한다. 과거 대형 사건사고를 겪은 뒤 이런 직책을 신설한 곳이 많다고 한다. 국내 기업도 CRO직을 신설하는 등 평소 조직 내에서 방재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업무연속성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도 김 회장이 최근 국내에서 널리 퍼뜨리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BCP는 기업이 예기치 않은 일을 만나 업무가 중단됐을 때 핵심기능 보호, 연속성 확보 전략을 통해 조기에 업무를 재개하고 기업을 회생시키는 전략이다. 2001년 9·11 테러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경영전략을 모태로 한 개념이다.
김 회장은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서 BCP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내 기업의 96%, 영국의 48%, 일본의 49%가 이를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예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어 사회안전 업무 연속성 관리 국제표준(ISO22301)까지 제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내 기업이 체계적인 방재 계획을 수립한 선진국 기업과 거래할 때 ‘거래를 지속하려면 우리처럼 방재 조치를 하라’고 요구받는 등 업계의 방재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금융·보험업계를 중심으로 BCP가 점차 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화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에서 화재 정전 홍수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 인식을 높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조직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방재협회를 이끌어나갈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방재 신기술을 국가경쟁력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방재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방재산업전 행사를 할 때 외국 바이어 및 공공단체 참여를 통한 새로운 해외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방재 R&D사업의 시의성 및 적정성, 기술성 담보를 위한 자문단을 구성해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 방재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전문교육 내실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요자 최소비용 부담으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교육의 질을 올리기 위해 미래 재난 환경에 대한 신규 교육프로그램 및 관련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향후 수십년 앞을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분야별 추진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경기대 토목학과를 졸업한 뒤 건설부 수자원국을 시작으로 내무부,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 등에서 일했다. 인천광역시 도시계획국장과 정무부시장,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거쳐 올해초 제6대 방재협회장에 취임했다. 방재전문성과 행정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직의 조화, 소통을 중시하는 성격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