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성공하고 싶은가…내 정보부터 제공하라
협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보다. 자신에 대해,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것이다. 협상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방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고 여러 가지 채널을 찾아보고 확인한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최고의 정보 원천은 어디일까. 상대방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다.

문제는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상대방이 여러분의 정보를 알고 싶어 이런저런 질문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러분이라면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선뜻 대답해 주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해 정보를 숨기거나 속이는 상황을 ‘협상가의 딜레마’라고 한다. 이는 협상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협상가의 딜레마가 없는 상황, 즉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교환하는 상황이라면 협상에서 얻게 될 파이를 키우기가 쉬워진다. 참가자들은 모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정보를 숨기는 순간 파이가 커질 기회는 사라져버린다.

협상가의 딜레마는 왜 생기는 것일까. 아니, 사람들은 왜 자신에 대한 정보 노출을 꺼리는 것일까.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리 톰슨 교수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하나는 협상할 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협상에 임하게 되면 주변의 수많은 동료와 멘토들이 모든 것을 숨기라고 충고하는 것이 대부분의 협상가가 당면하는 현실이다. 이런 충고는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파이를 아주 작게 만드는 충고이니까. 다른 한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 수준이 자신의 제안을 뒷받침하는 정도에 그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협상가가 자신의 제안과 관계없는 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 그 정도 정보로는 파이가 커질 가능성이 아주 작다.

윈윈협상을 하려면, 아니 지금보다 더 나은 이익을 얻으려면 협상가의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 문제는 상대방이 가진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리 톰슨 교수의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정보를 숨기는 경우보다 어느 한쪽이라도 상대방에게 정보를 제공할 경우 성과가 10% 이상 좋아진다는 것이 톰슨 교수의 결론이다. 앞으로 협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여러분이 먼저 정보를 제공하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해 직접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또는 간접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이용할 수 있다. “내게는 쟁점 ‘가’보다 쟁점 ‘나’가 더 중요하지만 두 가지 모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쟁점들의 중요도에 순위를 매긴다면 ‘가’보다 ‘나’가 더 높습니다.” 이처럼 이해관계를 분명히 밝히면서 상대방에게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안이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 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자신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즉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쉬워진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스스로 노출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파이를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이해관계를 스스로 드러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유도하게 되는 것은 호혜성의 원리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에게 마음의 빚을 지기 싫어한다는 것이 호혜성의 원리다. 상대방이 솔직하게 대하면 자신도 그에 맞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협상가의 딜레마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은 19%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먼저 상대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 호혜성의 원리에 근거해 상대방도 자신의 정보를 드러낼 가능성이 40%로 커진다고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두 배는 높아지고, 파이가 커질 가능성 또한 커진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