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3대 巨頭' 대약진…경제 중심축 IT로 급속 이동
중국 주요 상장사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약진, 전통 대표 기업의 부진’으로 특징이 요약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7% 급증한 반면 차이나모바일, 페트로차이나 등 전통 강자들은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알리바바 텐센트 레노버 등이 포진한 IT업종은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통신·산업재·은행업종을 크게 앞질렀다. 중국 경제의 중심축이 ‘구(舊)경제’에서 ‘신(新)경제’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독야청청’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중국·홍콩·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상위 100개사(미 달러 환산 시가총액 기준)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IT기업 성과가 두드러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인터넷 업계의 ‘3대 거두’로 불리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다. 지난 9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후 첫 분기실적을 발표한 알리바바의 3분기 매출은 187억4500만위안(약 3조4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7%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4% 늘어난 89억2400만위안(약 1조6241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부문 매출이 37억19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열 배가량 급증한 것이 실적 호전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의 이 같은 실적에 “높은 성장성을 입증했다”며 합격점을 줬다.

텐센트는 3분기 매출이 2분기보다 소폭 줄긴 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27.5% 증가한 198억800만위안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9% 늘어난 70억19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 역시 매출이 52.0%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드웨어업체의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PC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 레노버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2% 증가했고,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는 영업이익이 59.1% 늘어났다. UBS증권은 “중국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힘입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中 경제 중심 축 IT로 이동 중

과거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던 차이나모바일 페트로차이나 공상은행 등은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고, 순이익은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포브스는 “텐센트의 ‘위챗’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인구가 늘면서 차이나모바일의 3분기 문자메시지서비스 이용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줄었다”며 “인터넷 기업들의 도전과 업종 내 경쟁 격화로 중국 통신산업 성장세가 정체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에너지업체 페트로차이나는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 내수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공상은행 농업은행 등 주요 은행의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IT산업의 약진은 업종별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IT업종의 3분기 평균 매출 증가율은 23.9%로 통신(-8.2%) 산업재(10.8%) 은행(12.5%)보다 월등히 높았다. IT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58.1%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중국 기업의 업종별 실적 차별화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작년 초 집권 이후 경제의 주된 성장 엔진을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아울러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 전통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IT 헬스케어 신에너지 등 첨단산업은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19일 저장성의 전자상거래 물류 중심도시 칭옌류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는 중국의 실물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은 최근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장이 속속 형성되고 있다”며 “IT기업이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의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