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난 상황이라면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도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일 남편 박모씨(50)가 부인 이모씨(45)의 외도 상대인 남성 윤모씨(53)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씨와 그의 부인은 1992년 혼인신고를 했으며 아들 둘을 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혼인생활 동안 경제적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다툼이 잦았다. 2004년 부부싸움 도중 박씨가 부인에게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하자 부인이 가출하면서 두 사람의 별거가 시작됐다. 별거 중이던 2008년 부인은 박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 이겼고 이 판결은 201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혼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9년 부인은 등산모임에서 알게 돼 가깝게 지내던 윤씨와 성적 접촉을 했다. 이를 알게 된 박씨는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자 박씨는 “윤씨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윤씨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