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많은 50대가 은퇴하는 10년 후에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보고서를 20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는 전체 가계부채의 35%를 차지했다. 40대가 가구주인 가계의 부채 비중도 32%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이 은퇴하는 10~20년 후에 소득이 급격히 줄어 가계부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20대가 가구주인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55.3%였지만 70대는 160.4%로 이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한국(지난해)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80%로 비슷했던 2004년 미국의 경우 70대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상대적으로 단기 대출이 많아 새로 빚을 내 기존의 부채를 갚는 구조인데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지속돼 부채를 꾸준히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계약기간이 3년 이하 비율은 18%에 이른다. 미국은 2004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계약기간 30년 이상 비율이 64%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대출 방식을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하고 자산가격 하락을 예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