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한국, TPP 참여 서둘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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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자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PP는 미국 주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12개국 간 지역 FTA다.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등 양자 FTA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TPP 협상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참여 관심’을 밝힌 만큼 실질적으론 참여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TPP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진영은 ‘메가 FTA’인 TPP 참여 시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TPP를 통해 각 나라 간 복잡한 품목별 원산지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면 역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TPP 신중론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을 아우르는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타결한 기존 FTA의 과실을 따먹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또 TPP가 타결된다 하더라도 ‘원산지규정 통합’이나 ‘누적원산지기준’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협상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득실을 따져본 뒤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TPP 참여를 서둘러야 할지를 놓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적극 참여론과 신중론을 각각 내놨다.
찬성 누적원산지기준 도입 혜택 커…TPP 참여땐 GDP 1.8% 늘어
탄생 후 가입?…칼자루 아닌 칼날 쥘 건가
박근혜 정부가 최근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연쇄적으로 타결한 것은 ‘FTA 허브경제’를 구축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구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양자 FTA 시대가 뚜렷한 대세로 떠올랐지만 선뜻 FTA 정책을 펴지 못하다 ‘FTA 지각생’으로 출발한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특혜관세 교역 비중을 자랑하는 국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한국이 그동안 양자 FTA에 치중하는 사이 세계 무역경제의 패러다임은 양자 FTA 시대를 지나 ‘광역경제통합 시대’로 옮겨왔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통합을 가속화하고 지중해,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 특혜원산지 규정을 하나로 통합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진전시켜 광역경제통합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각인시켰다.
TPP와 RCEP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은 국제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 각국이 그동안 맺어온 수많은 양자 특혜무역협정들로 인해 빚어지는 FTA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광역 FTA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TPP와 RCEP에 반영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서로 다른 특혜 협정들로 인해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원산지 규정, 통관제도, 무역구제규범, 위생검역규제, 환경규제, 지식재산권 보호체계 등은 교역을 복잡하게 만들어 거래비용을 올린다. 이 때문에 TPP에 참여한 국가들은 아태 지역에 단일한 특혜 원산지규정을 도입해 ‘스파게티 볼(여러 국가와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할 때 각 국가의 복잡한 절차와 규정으로 FTA 활용률이 저하되는 상황)’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12개국이 각각 양자 FTA를 맺을 경우 총 66개의 양자 품목별 원산지규정(PSR)이 필요한데, TPP는 12개국이 같은 PSR에 의거해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역내에서 교역하는 기업의 경우 66개의 상이한 PSR을 놓고 씨름할 필요 없이 하나의 원산지 요건에 맞춰 원료를 조달하고 생산하면 된다. 원산지규정 통합은 TPP가 주는 최대 혜택이다. 역내에서 조달한 원료는 자국 내에서 구한 것과 같은 취급을 받는 ‘누적 원산지 규정’도 도입될 것으로 보이므로 가입국 간에는 역내 재료 공급망도 활성화하게 된다. 나중에 TPP가 탄생하면 한국은 그때 가입하면 된다고? 협상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이미 마련된 제도에 가입하자는 건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쥐고 무역전쟁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원회원국이 아니고 후속 가입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혹독할 것임은 자명하다. 다행히 미국과 일본이 상품시장 양허의 접점을 찾지 못해 TPP 협상의 조기 타결이 어렵게 됐다. 한국이 지금이라도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경제통합 환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양자 FTA의 전리품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은 또다시 광역경제통합 시대의 지각생이 됐다.
정부는 FTA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하루빨리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하고 품목별 단일 원산지규정 구성 협상에 뛰어들어야 한다. 통관, 무역구제, 위생, 투자, 환경, 지식재산권 분야 광역규범 협상 전쟁 현장에도 들어가야 한다. 설령 이미 늦었다 해도 최종 타결 현장에서 그동안 우리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라도 목격해야 한다.
반대 글로벌 FTA망 이미 구축돼…지금은 ‘선점효과’ 고민할 때
TPP, 得보다 失 커…서두를 필요 없어
최근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잇따라 타결되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언급이 자주 나온다. 중국과의 FTA 협상 타결로 양자 간 FTA 협상 로드맵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TPP와 같은 ‘메가 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FTA로 ‘세계 최대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다’고 하면서 이미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로 구성된 TPP에 가입하자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FTA지역주의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젠 FTA망 확장보다는 기존에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실현하는 실속 있는 FTA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많은 논자들이 TPP의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참여를 주장하는 것 같아 아쉽다. 참여 시 이익은 과장돼 있고, 한국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FTA 협정의 실익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문에 특정사항을 원론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각주 등에 특정사항에 대한 예외 혹은 미적용 분야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TPP 누적원산지기준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역내 부가가치 완전누적에 대한 국가별 및 산업별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TPP 협상에서 이런 이견을 조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또한 TPP 참여 시 한국이 보게 될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TPP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동안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 구축한 글로벌 FTA망에서 오는 혜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특히 TPP 협상이 타결되면 일본은 한방에 FTA 후발국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FTA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은 사라질 수 있다.
불과 2~3년 전 한국의 FTA정책은 글로벌 FTA 허브국가로의 발전이었다. 정권이 바뀐 이후 후임 정책 당국자들은 갑자기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들고 나왔다. 메가 FTA 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FTA 체결에 대한 경제적인 효과보다 정치·외교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통상당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신통상정책로드맵’에서 TPP 등에 대해서는 일정 거리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5개월 뒤 갑자기 TPP 협상 ‘참여 관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TPP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고 전격 선언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틀렸다. 이달 초 의회 중간선거에서 패하고 공화당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TPP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기존 12개국 간 TPP 협상 내용이 공개된 이후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TPP 참여는 바로 한·일 FTA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당국이 TPP 협상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일본과의 FTA 체결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는 게 순서다.
내년에 TPP 협상이 타결될 전망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타결 시점을 2016년 이후로 보는 관측이 대세다. TPP 참여 문제는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 사이 한국은 이미 구축해 놓은 FTA망을 잘 활용해 실익을 키우고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수 있도록 협정 이행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한국은 공식적으로 “TPP 협상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참여 관심’을 밝힌 만큼 실질적으론 참여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TPP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진영은 ‘메가 FTA’인 TPP 참여 시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TPP를 통해 각 나라 간 복잡한 품목별 원산지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면 역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TPP 신중론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을 아우르는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타결한 기존 FTA의 과실을 따먹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또 TPP가 타결된다 하더라도 ‘원산지규정 통합’이나 ‘누적원산지기준’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협상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득실을 따져본 뒤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TPP 참여를 서둘러야 할지를 놓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가 적극 참여론과 신중론을 각각 내놨다.
찬성 누적원산지기준 도입 혜택 커…TPP 참여땐 GDP 1.8% 늘어
탄생 후 가입?…칼자루 아닌 칼날 쥘 건가
박근혜 정부가 최근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연쇄적으로 타결한 것은 ‘FTA 허브경제’를 구축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구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양자 FTA 시대가 뚜렷한 대세로 떠올랐지만 선뜻 FTA 정책을 펴지 못하다 ‘FTA 지각생’으로 출발한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특혜관세 교역 비중을 자랑하는 국가로 우뚝 섰다.
하지만 한국이 그동안 양자 FTA에 치중하는 사이 세계 무역경제의 패러다임은 양자 FTA 시대를 지나 ‘광역경제통합 시대’로 옮겨왔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통합을 가속화하고 지중해,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 특혜원산지 규정을 하나로 통합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진전시켜 광역경제통합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각인시켰다.
TPP와 RCEP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는 것이라는 시각은 국제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 각국이 그동안 맺어온 수많은 양자 특혜무역협정들로 인해 빚어지는 FTA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광역 FTA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TPP와 RCEP에 반영돼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서로 다른 특혜 협정들로 인해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는 원산지 규정, 통관제도, 무역구제규범, 위생검역규제, 환경규제, 지식재산권 보호체계 등은 교역을 복잡하게 만들어 거래비용을 올린다. 이 때문에 TPP에 참여한 국가들은 아태 지역에 단일한 특혜 원산지규정을 도입해 ‘스파게티 볼(여러 국가와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할 때 각 국가의 복잡한 절차와 규정으로 FTA 활용률이 저하되는 상황)’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12개국이 각각 양자 FTA를 맺을 경우 총 66개의 양자 품목별 원산지규정(PSR)이 필요한데, TPP는 12개국이 같은 PSR에 의거해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역내에서 교역하는 기업의 경우 66개의 상이한 PSR을 놓고 씨름할 필요 없이 하나의 원산지 요건에 맞춰 원료를 조달하고 생산하면 된다. 원산지규정 통합은 TPP가 주는 최대 혜택이다. 역내에서 조달한 원료는 자국 내에서 구한 것과 같은 취급을 받는 ‘누적 원산지 규정’도 도입될 것으로 보이므로 가입국 간에는 역내 재료 공급망도 활성화하게 된다. 나중에 TPP가 탄생하면 한국은 그때 가입하면 된다고? 협상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이미 마련된 제도에 가입하자는 건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쥐고 무역전쟁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원회원국이 아니고 후속 가입국이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혹독할 것임은 자명하다. 다행히 미국과 일본이 상품시장 양허의 접점을 찾지 못해 TPP 협상의 조기 타결이 어렵게 됐다. 한국이 지금이라도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경제통합 환경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양자 FTA의 전리품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은 또다시 광역경제통합 시대의 지각생이 됐다.
정부는 FTA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하루빨리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하고 품목별 단일 원산지규정 구성 협상에 뛰어들어야 한다. 통관, 무역구제, 위생, 투자, 환경, 지식재산권 분야 광역규범 협상 전쟁 현장에도 들어가야 한다. 설령 이미 늦었다 해도 최종 타결 현장에서 그동안 우리가 놓친 것들이 무엇인지라도 목격해야 한다.
반대 글로벌 FTA망 이미 구축돼…지금은 ‘선점효과’ 고민할 때
TPP, 得보다 失 커…서두를 필요 없어
최근 호주,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잇따라 타결되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언급이 자주 나온다. 중국과의 FTA 협상 타결로 양자 간 FTA 협상 로드맵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TPP와 같은 ‘메가 FTA’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FTA로 ‘세계 최대 수준의 FTA망을 구축했다’고 하면서 이미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로 구성된 TPP에 가입하자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FTA지역주의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젠 FTA망 확장보다는 기존에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실현하는 실속 있는 FTA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많은 논자들이 TPP의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참여를 주장하는 것 같아 아쉽다. 참여 시 이익은 과장돼 있고, 한국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FTA 협정의 실익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문에 특정사항을 원론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각주 등에 특정사항에 대한 예외 혹은 미적용 분야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TPP 누적원산지기준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역내 부가가치 완전누적에 대한 국가별 및 산업별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TPP 협상에서 이런 이견을 조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또한 TPP 참여 시 한국이 보게 될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TPP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동안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 구축한 글로벌 FTA망에서 오는 혜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특히 TPP 협상이 타결되면 일본은 한방에 FTA 후발국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FTA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은 사라질 수 있다.
불과 2~3년 전 한국의 FTA정책은 글로벌 FTA 허브국가로의 발전이었다. 정권이 바뀐 이후 후임 정책 당국자들은 갑자기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들고 나왔다. 메가 FTA 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FTA 체결에 대한 경제적인 효과보다 정치·외교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통상당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신통상정책로드맵’에서 TPP 등에 대해서는 일정 거리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5개월 뒤 갑자기 TPP 협상 ‘참여 관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TPP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고 전격 선언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틀렸다. 이달 초 의회 중간선거에서 패하고 공화당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TPP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기존 12개국 간 TPP 협상 내용이 공개된 이후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TPP 참여는 바로 한·일 FTA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당국이 TPP 협상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일본과의 FTA 체결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는 게 순서다.
내년에 TPP 협상이 타결될 전망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타결 시점을 2016년 이후로 보는 관측이 대세다. TPP 참여 문제는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 사이 한국은 이미 구축해 놓은 FTA망을 잘 활용해 실익을 키우고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수 있도록 협정 이행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