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수의 눈이 빛났다. ‘보고 싶다’를 히트시킨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였다. 최근에는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나서 섬세한 심사평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흑인들의 R&B, 솔 장르에 기반을 둔 음악들을 골고루 담아봤어요. 이게
제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랍니다. 지금 30대 중반이라는 제 나이가 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해요.”
김범수는 새 앨범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넓혔다.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시도한 만큼 제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어요. 제가 20대 때에는 얌전하게 살았어요. 그때는 일, 신앙, 한 여자, 가족이 전부였죠. 이제는 30대의 방황을 거치면서 할 이야기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노래에 가장 힘을 쏟았다.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것은 아닙니다. 전 보컬리스트, 가수라는 칭호가 가장 좋아요. 앞으로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새 앨범에는 긱스, 스윙스, 로꼬, 아이언, 리디아 백 등 젊은 피들이 수혈됐다. 김범수는 최근의 트렌디한 음악을 받아들이기 위해 후배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렸다. “20대 친구들을 다짜고짜 찾아가서 부탁했어요. 어린 친구들이 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감성들이 있거든요. ”
‘가왕’ 조용필이 작년 ‘헬로’를 통해 젊은 음악을 시도한 것은 김범수에게도 충격을 줬다. “가수들이 중견으로 넘어서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들 하는데요. 그런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게 바로 조용필 선배님이죠. ”
‘슈퍼스타K’ 심사를 맡으면서는 후배들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졌다. “원래 시즌 4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음악을 평가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곽진언, 임도혁, 김필과 같은 친구들을 발굴하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봐요. 특히 임도혁은 10년 전 저를 보는 것 같아요.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새 앨범 타이틀곡 ‘집밥’에는 어머니 이희선 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김범수는 어머니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노래에 담기 위해 녹음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정말 즉흥적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20분 정도 통화하며 집밥을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마음을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닌데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여러분도 한 번 꼭 해보세요.”
권석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