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모멘텀 없는 한국·유럽 '동병상련'
일본 경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잃어버린 20년’이다. 일본 경제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지난 20년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일본 경제가 연 1~2%밖에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였다고 가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일본 경제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유럽은 경기 둔화로 주가가 하락했다. 양적 완화 확대 방침으로 하락세가 진정됐지만 언제 불안이 다시 엄습할지 모를 일이다. 유럽은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연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회복 기간도 수시로 바뀔 만큼 짧다. 그러다 보니 회복 탄력이 약하고 경기부양책 효과가 길게 가지 못하고 단기에 그친다. 기준금리가 연 0.05%에 지나지 않은 데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만일 유럽이 일본같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는 구조라면 현재의 낮은 성장률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유럽 경제는 당분간 부침이 거듭되는 형태를 보일 것이다. 이번 양적 완화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지지부진한 경제 상황이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은 8월 하락과 10월 상승을 거쳐 현재 상태에 도달했다. 미국은 하락했던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 일본은 다행히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크게 상승했다. 반면 한국과 유럽 시장은 더딘 회복을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경기 둔화 우려를 넘어서는 모멘텀이 없어서다. 상승 전환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먼저 정리돼야 할 것 같다.

이종우 <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