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미국 최대 연말 쇼핑 시즌 진입을 앞두고 대형 유통주(株)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연말 소비시즌을 앞두고 급락한 국제유가로 소비여력이 높아져서다.

23일 하나대투증권 김일혁 해외주식 투자전략 담당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유가 하락=현금 지급'이란 공식이 통한다"면서 "특히 유가하락은 소득의 질이 낮아진 상당수 미국인들의 소비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도 달러 대비 원화의 변화 등을 감안해 미국 대형 유통주 25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RTH)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RTH는 월마트, 아마존, 코스트코, 홈디포, 타겟 등을 포함한 ETF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에 이어 브랜트유도 배럴당 80달러를 밑돌았다. 오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감산이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OPEC이 감산하면 러시아와 같은 비OPEC 국가들이 OPEC 감산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OPEC이 감산을 결정하지 않으면 유가는 당분간 반등 모멘텀(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높아진다"면서 "미국의 소비지출은 연간 약 12조 달러인데 유류비 관련 지출은 약 2.1%인 2500억 달러(겨울엔 약 2.6%)"라고 설명했다.

유가가 최근 3년 평균 대비 20% 이상 하락했으므로, 유류비로 지출했던 금액 중 연간 약 500억 달러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유가 하락은 사실상 미국인들에게 연간 500억 달러의 현금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며 "또 11~12월 소비시즌은 미국 소비의 약 20%가 이뤄지는 시기로, 단순 계산으로 연말에 약 100억 달러의 소비가 증가할 여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유통주를 바라본 미국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금융위기 이후 트라우마로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은데다 온라인 유통업의 낮은 마진 전략 탓에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시장의 평가가 과도하게 부정적이었던 대형 오프라인 유통주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며 "소비여력 증가는 온라인 유통주에도 긍정적이고, 잇따라 발표되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의 동력"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