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에 기반을 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여신과 수신은 물론 총자산도 급속히 늘고 있다. 두 회사 덕분에 저축은행 전체 수신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 3분기에는 5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연 25% 이상으로 대출을 취급, 대부업체와 같은 영업방식을 지속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업 계열 OK·웰컴저축銀 성장 '눈에 띄네'
○저축은행 성장 ‘일등공신’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한 웰컴저축은행의 9월 말 여신액은 4327억5600만원으로 지난 4월 말(1529억3800만원)보다 183%(2798억1800만원) 늘었다. 지난 4월 말 2610억6200만원이던 수신액도 9월 말 5440억4800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총자산은 3125억5700만원에서 6361억6900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웰컴저축은행의 총자산 증가액(3236억1200만원)은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업계 총자산 증가액(2040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많다.

지난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9월 말까지 3개월간 수신액은 1544억1800만원 증가했다. 여신액도 1883억3800억원 늘었다. 총자산도 1462억1400만원 증가해 6337억5600만원으로 불어났다.

두 회사의 덩치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은 공격적인 영업에 기존 대부업체의 우수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OK저축은행은 영업 개시와 함께 연 3.2%짜리 특판예금을 판매하며 돈을 끌어모았다. 두 곳 모두 금리를 낮춰주는 방법으로 기존 대부업체 우수고객을 저축은행에 끌어오고 있다.

○“무늬만 저축은행” 비판도 나와

두 회사가 선전하면서 저축은행 업계 전체 실적이 호전되는 착시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의 수신액은 지난 7월 말 30조5541억원에서 8월 말 30조787억원, 9월 말 30조9698억원 등으로 2개월 연속 늘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두 은행의 수신 증가액을 제외하면 저축은행 수신액은 감소세를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선전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이 호전되고 있는 게 첫 번째다. 지속적인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두 회사 덕분에 저축은행의 대형화도 앞당겨지고 있다.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소액대출에 집중하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다. 최근 3개월간 OK저축은행이 새로 취급한 가계신용대출 중 연 25~30%의 고금리가 적용된 대출은 전체의 99.4%였다. 웰컴저축은행도 99.1%나 됐다. 같은 기간 KB저축은행은 전체의 95.6%에 연 10~20%를 적용했다. 어림잡아도 두 회사의 대출금리가 KB저축은행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무늬만 저축은행이지 여전히 대부업체”라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