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 언론에 공들인 코닝
“여기는 보안구역입니다. 사진 촬영은 물론 스마트폰을 휴대해서도 안 됩니다.”

지난 19일 미국 코닝 본사의 연구개발(R&D)센터는 처음으로 중국 기자단을 맞이했다. 20명이 넘는 대규모 기자단이었다. 본사 총괄 수석 부사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동아시아 총사장 및 중국 코닝 사장 등 고위직이 총출동했다. 이날 행사엔 한국 특파원들과 대만 기자들도 초청됐지만 4명에 불과했다. 올초 일본 시즈오카 공장을 폐쇄했기 때문인지 일본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중국 기자들만 20명이 되다 보니 코닝 측은 뉴욕에서 약 450㎞ 떨어진 코닝 본사까지 방문단을 실어나르는 소형 비행기를 한 대 더 띄웠다.

코닝 측은 “신제품 개발의 전 공정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공을 들여 준비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코닝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장착되는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라스’의 전 개발과정을 보여줬다. 이 제품은 1.5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20회 이상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도록 제작된 코닝의 야심작이다. 코닝은 기자들보다 많은 연구원이 나와 실험용 고로에서 유리가 성형되는 제조공정에서부터 다양한 충격실험 과정과 앞으로 나올 제품군까지 소개했다.

고릴라 글라스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에만 장착됐다. 그런데도 중국 기자단을 대거 초청해 공을 들여 설명한 이유는 뭘까. 회사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겨냥한 타깃 마케팅”이라고 귀띔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중국 소비자들도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에만 적용한 최첨단 소재의 스마트폰을 가질 때가 됐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올 들어 코닝은 삼성전자와의 합작관계를 정리했다. 삼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인 화웨이는 내년에 내놓는 신제품에 파손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줄인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를 장착한다고 발표했다. 주력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생산거점을 옮기고 마케팅 전략을 바꾸는 다국적 기업의 냉정한 면모를 느끼는 하루였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