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마구잡이식 입법이 가져온 재앙
1980~1990년대 아프리카 수단이 내전에 휘말리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성인 남자는 물론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노예로 팔려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서방의 인권단체들이 노예들을 구원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모금한 돈을 사용해 수많은 노예를 사서 풀어주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노예를 구원해야 하는 마음으로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그 덕분에 정말 많은 노예들이 구원을 받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노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증가하는 것이었다. 서방세계의 인권단체들이 노예를 사기 위해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노예거래가 더욱 더 수익이 높은 사업이 되면서 노예상인들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시장에 팔려고 내놨기 때문이다.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잡혀 와 희생당했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은 결코 자신이 의도한 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세상의 복잡한 움직임을 무시하면 예기치 않은 더 나쁜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세상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세상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슈퍼맨’으로 착각하고 있다. 사실 그들은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정부 관료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면 갑자기 슈퍼맨으로 변한다. 자기가 의도한 대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매매특별법, 비정규직보호법, 중소기업적합업종제, 통신요금인가제, 단통법, 도서정가제와 같은 규제와 법들을 눈 하나 까딱 않고 만든다. 그렇게 시장은 당신들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마이동풍이다. 그러한 법들은 의도와는 달리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수많은 실패의 사례를 보고도 시장에 개입하고 마구잡이로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마구 질러댄다. 재정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주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만든 규제가 등록된 것만 1998년 1만468건에서 급속히 늘어 2013년 1만5269건에 달한다. 등록되지 않는 규제를 포함하면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그리고 19대 국회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입법 건수만도 1만1950건이다. 막무가내식 규제와 입법들이 쌓이고 쌓이면 각각의 효과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뒤죽박죽이 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경제 전체가 마비되고 쇠퇴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정부의 마구잡이식 경제 개입 때문이다. 2001~2002년 연평균 5.2%였던 잠재성장률이 2003~2005년 4.8%, 2006~2007년 4.2%로 추락한 데 이어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3.5%로 하락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의 이치를 무시한 결과다.

마구잡이식 규제와 입법을 막아야 한다. 그것을 막는 길은 국민들의 생각에 달려 있다. 국민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 정부의 시장 개입은 대담해지고 만연해진다. 그러나 수단의 ‘노예 구원’ 경우에서 본 것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의도가 좋다고 해서 대중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정 그룹에만 이익이 된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할 부분은 시장의 활성화와 관계있는 재산권과 자유경쟁 보호다. 이 범주를 벗어난 규제들은 시장을 왜곡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국민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정부의 시장 개입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바뀌고 발전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슈퍼맨 행세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에게 계속 기만당할 것이다. 결국에는 2류,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