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역사 기획재정부 '야구 동아리' "안타 한 방에 스트레스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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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좋다
부서 벽 허무는 '소통의 場'
'부총리배 야구대회' 창설 주역
최경환 부총리 33년 만에 시구
김호식·윤대희 前 장관 등 배출
부서 벽 허무는 '소통의 場'
'부총리배 야구대회' 창설 주역
최경환 부총리 33년 만에 시구
김호식·윤대희 前 장관 등 배출
지난 8일 ‘제33회 부총리배 야구대회’가 열린 충남 천안 생활체육야구장. 이날 대회엔 최경환 부총리가 33년 만에 참가했다. 33년 전 당시 경제기획원의 외야수를 맡아 직접 선수로 뛴 것과 달리 이번엔 대회 개막 시구를 했다. 최 부총리는 “벌써 33회째라니 나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총리배 야구대회는 한이헌 전 경제기획원 차관,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등 경제기획원 출신을 중심으로 1982년 창설됐다. 정부 부처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경제기획원 사무관이던 최 부총리도 이 대회 창설에 일조했다. 그는 “경제기획원 야구 동아리의 간사를 맡아 야구대회를 만드는 심부름 역할을 했다”고 했다. 올해 대회에는 기재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한국은행, 기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우승은 관세청이 차지했다.
부총리배 야구대회는 기획재정부 야구 동아리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는 1977년 만들어진 이후 정부조직 개편과 청사 이전으로 부침이 있었지만 매년 부총리배 야구대회에 참가했다.
현재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가 회장을 맡고 있다. 감독은 강윤진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이다. 동아리 부원은 모두 38명으로 차관보 1명, 과장급 7명, 사무관과 주무관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에선 사무관 이하가 주축으로 뛴다. 최고령 선수는 좌익수를 맡고 있는 우병렬 재정관리총괄과장(47)이다.
우 과장은 “야구는 크게 체력 소모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안타 한 방에 스트레스를 풀고 업무에도 활력을 준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강 과장도 “기재부 인원이 1000명이 넘어 잘 모르는 직원도 많은데 야구 동아리에서 다른 부서 직원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는 기재부 출신 고위 관료의 산실이기도 하다. 초기 멤버 외에 현오석 전 부총리, 조성익 전 예탁결제원 사장,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신철식 전 국조실 차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강호인 전 조달청장, 오정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이 기재부 야구 동아리를 거쳤다. 또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용걸 전 방위사업청장 등 지난주 공직생활을 그만둔 기재부 출신 장·차관도 이 동아리에 열성적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OB 멤버로 남아 1년에 한 번 후배 동아리 부원들과 만난다.
동아리 설립 초기에는 관련 시설과 야구 물품이 부족해 운영이 쉽지 않았다. 윤대희 전 장관은 “당시 야구 배트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 해외 출장을 간 부원들이 배트를 의무적으로 두 개 이상 사왔다”고 전했다. 김호식 전 장관은 “회비를 내 운영하긴 했지만 운동복도 따로 마련하지 못했고 맨발로 경기에 참여한 팀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연습할 야구 구장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웃었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가 오랜된 만큼 사연도 많다. 1983년 10월 초 부총리배 야구대회에서 당시 서석준 부총리가 동아리를 격려하기 위해 개막식 시구를 했다. 얼마 후인 9일 서 부총리는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해 미얀마(옛 버마)에 갔다가 아웅산묘역에서 북한의 폭탄테러로 순직했다. 이후 유가족이 서 부총리가 남긴 마지막 자필 서명을 찾았는데 야구대회 시구에 쓰인 야구공에 그의 서명이 남겨져 있었다. 이 공은 현재 경상북도 성주군의 서 부총리 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천안=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부총리배 야구대회는 한이헌 전 경제기획원 차관,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등 경제기획원 출신을 중심으로 1982년 창설됐다. 정부 부처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경제기획원 사무관이던 최 부총리도 이 대회 창설에 일조했다. 그는 “경제기획원 야구 동아리의 간사를 맡아 야구대회를 만드는 심부름 역할을 했다”고 했다. 올해 대회에는 기재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한국은행, 기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우승은 관세청이 차지했다.
부총리배 야구대회는 기획재정부 야구 동아리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는 1977년 만들어진 이후 정부조직 개편과 청사 이전으로 부침이 있었지만 매년 부총리배 야구대회에 참가했다.
현재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가 회장을 맡고 있다. 감독은 강윤진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이다. 동아리 부원은 모두 38명으로 차관보 1명, 과장급 7명, 사무관과 주무관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에선 사무관 이하가 주축으로 뛴다. 최고령 선수는 좌익수를 맡고 있는 우병렬 재정관리총괄과장(47)이다.
우 과장은 “야구는 크게 체력 소모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안타 한 방에 스트레스를 풀고 업무에도 활력을 준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강 과장도 “기재부 인원이 1000명이 넘어 잘 모르는 직원도 많은데 야구 동아리에서 다른 부서 직원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는 기재부 출신 고위 관료의 산실이기도 하다. 초기 멤버 외에 현오석 전 부총리, 조성익 전 예탁결제원 사장,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신철식 전 국조실 차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강호인 전 조달청장, 오정규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이 기재부 야구 동아리를 거쳤다. 또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용걸 전 방위사업청장 등 지난주 공직생활을 그만둔 기재부 출신 장·차관도 이 동아리에 열성적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OB 멤버로 남아 1년에 한 번 후배 동아리 부원들과 만난다.
동아리 설립 초기에는 관련 시설과 야구 물품이 부족해 운영이 쉽지 않았다. 윤대희 전 장관은 “당시 야구 배트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 해외 출장을 간 부원들이 배트를 의무적으로 두 개 이상 사왔다”고 전했다. 김호식 전 장관은 “회비를 내 운영하긴 했지만 운동복도 따로 마련하지 못했고 맨발로 경기에 참여한 팀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연습할 야구 구장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웃었다.
기재부 야구 동아리가 오랜된 만큼 사연도 많다. 1983년 10월 초 부총리배 야구대회에서 당시 서석준 부총리가 동아리를 격려하기 위해 개막식 시구를 했다. 얼마 후인 9일 서 부총리는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해 미얀마(옛 버마)에 갔다가 아웅산묘역에서 북한의 폭탄테러로 순직했다. 이후 유가족이 서 부총리가 남긴 마지막 자필 서명을 찾았는데 야구대회 시구에 쓰인 야구공에 그의 서명이 남겨져 있었다. 이 공은 현재 경상북도 성주군의 서 부총리 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천안=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