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역협회장이 지난주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미국의 차기 무역정책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한국의 조속한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한국이 TPP 협상 참여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 등 10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만큼, 참여국들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와 상공회의소 대표까지 만나 이런 의사를 거듭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의 TPP 참여 의지를 부각하려는 한 회장의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아태지역 영향력을 놓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미국 조야가 한국의 중국 밀착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됐다. 미국이 이를 지지하거나 원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 회장이 미국 당국과 싱크탱크에 TPP 조기 가입 의사를 천명한 것은 물밑을 흐르는 다급성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와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TPP 협상 참여는 불가피하다. 당장 실익이 적지 않다. 12개 협상 참여국이 사용하는 중간재 부품 중 한국산 비중이 5.1%나 된다. TPP가 발효되면 연간 1조원 정도의 생산 증가 효과가 생겨 10년 후엔 GDP가 최대 1.8%포인트 증가한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석이다. 물론 이미 체결한 각 FTA의 과실부터 챙기자는 신중론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TPP 협상 참여는 곧 일본과의 FTA 협상을 의미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의 FTA도 마냥 늦출 수 없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농업 개방에 소극적이다. 한국은 이미 캐나다 등 농업 강국들과 FTA를 체결했다. 한·중 FTA는 대일 협상력에 좋은 지렛대다. 피할 수 없는 협상이라면 협상력이 높을 때 해야 한다.

TPP 협상은 미·일 간의 이견으로 내년에도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1년 전에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창설국과 후발국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협상에는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