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 부품 협력사에서 일하는 파견 근로자도 현대차의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지난 9월 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심각하다. 정규직 시비를 피하기 위해 울산 공장 내 200여개 부품 협력사들이 일제히 작업장과 근로자들을 현대차 공장 밖으로 이전해야 하는 일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협력사들은 새로 공장을 세울 만한 부지도 마땅히 없고 부품 조달에도 큰 애로가 예상된다며 현 체제를 유지해줄 것을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도 협력사도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급기야 협력사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사내 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경영권과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때늦게 반발하고 있다. 실로 자동차 생산공정은 1만개의 부품이 순서에 따라 조립되는 과정이다. 1, 2, 3차의 단계별 부품 공급업체들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여 있는 구조다.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부품 공급이 기민하고 원활하게 작동하는가에 있다. 각 단계의 부품 소요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이를 제공하는 소위 적기공급(JIT)시스템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다.

부품업체들은 경직적인 고용제도의 완충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체제가 붕괴되면 조립라인의 경쟁력은 무너지고 현대차의 효율적인 생산시스템도 심각한 문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차는 바로 이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공장에서 수십년 동안이나 생산 노하우를 구축해 왔다. 이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는가에 따라 자동차 회사의 시간당 생산능력과 편성 효율이 달라진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원이 고도화된 자동차 공장의 부품조달 체계를 비정규직 보호라는 간단한 명분으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물론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근무 형태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에 이를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판사 개인의 희망사항이 판결로 둔갑하면서 지금 현대차 공장에 들어와 있던 200개 납품사들이 공장 밖에 따로 공장을 만들어야 하는 일대 소동에 빠져든 것이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었다.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