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걸림돌' 증손회사 규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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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지분 요건 대폭 완화"
손발 묶인 지주사, 증손회사 매각하기도
"美·유럽에도 없는 대못"…야당 반대 설득이 관건
손발 묶인 지주사, 증손회사 매각하기도
"美·유럽에도 없는 대못"…야당 반대 설득이 관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증손회사와 관련한 지분 규제를 푸는 방안을 정부와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둘 경우 반드시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두산 CJ SK 등 주요 그룹은 신규 사업을 위해 증손회사를 세우거나 인수했다가 이 규정에 걸려 재매각하거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분 요건을 낮춰야 합작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이 신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관련 지분 규제는 기업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개선을 요구해온 조항이다. 이 규제에 걸려 지주사들은 신사업을 타진하기 위해 설립한 증손회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하거나 과징금을 내야 했다.
두산그룹은 2009년 1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두산건설 계열의 증손회사 네오트랜스(신분당선 운영회사)가 문제가 됐다. 보유지분 42.86%를 100%로 끌어올리거나 매각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2년 12월까지 4년간 처리시한을 유예받았지만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아직도 위반 요건을 해소하지 못했다. 두산캐피탈도 같은 규제를 해소하지 못해 과징금을 받았다. 두산그룹이 이 규제 때문에 작년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만 56억원에 달한다.
CJ도 마찬가지다. 2011년 지주사 CJ(주)의 손자회사인 넷마블게임즈가 증손회사 4곳의 지분 100% 확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정위로부터 4억62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SK그룹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를 매각했다. 작년 7월 손자회사인 SK플래닛이 증손회사에 해당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해외 사모펀드에 팔았다. 또 SK플래닛이 증손회사인 SK컴즈 지분 64.5%를 확보하고 있는데, 역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상태다. SK플래닛은 SK컴즈 지분 35.5%를 추가 인수하거나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데 SK컴즈가 상장사여서 100% 지분 인수도 불가능하다.
SK 측은 임시방편으로 공정위에 2015년 9월까지 4년간 SK컴즈 지분 처리를 유예받았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대기업 관계자는 “한때 지주사를 선진형 지배구조라고 했던 정부가 지금은 지주사에 대해 더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도 없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여당과 정부가 24일 당정협의에서 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확보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또는 상장 증손회사 20%, 비상장 증손회사 40%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야당 반발이 변수다. 야당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0년에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지분 확보 요건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낮추자’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듬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태명/은정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