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쇼핑객 > ‘블랙 프라이데이’를 1주일 앞둔 21일(현지시간) 양 손에 쇼핑백을 든 한 여성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 뉴욕의 쇼핑객 > ‘블랙 프라이데이’를 1주일 앞둔 21일(현지시간) 양 손에 쇼핑백을 든 한 여성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온라인사업팀은 이달 들어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11월28일)에 맞춰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열기 위해서다. 미국 쇼핑 대목 때 국내 유통업체들에 비상이 걸린 것은 자칫 이 시기에 손을 놓고 있다가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소비자들을 미국 업체들에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로 소비에 국경이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 블랙 프라이데이는 더 이상 ‘바다 건너 일’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에 평소 수준을 뛰어넘는 대형 할인 행사를 하는 배경이다.

○‘직구’ 인기 상품 파격 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곳은 온라인 쇼핑몰들이다. 11번가는 30일까지 ‘해외쇼핑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진행한다. ‘직구족’을 겨냥해 인기 수입 상품을 집중적으로 할인 판매한다.
일부 상품은 외국 판매 가격보다도 저렴하게 내놓는다. 타이틀리스트 ‘2014 셀렉트 퍼터’를 25만3650원에 판매한다. 이 제품은 23일 현재 미국 최대 온라인몰 아마존닷컴에서 349.99달러(약 38만9500원)에 팔고 있는 제품이다. 해외 직구 시 들어가는 배송비와 관세 등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11번가 가격이 34.9% 저렴하다.

11번가는 또 필슨의 ‘오리지널 브리프케이스’를 16만9000원, 나이키 ‘에어맥스 93’을 10만7000원에 판매한다. 역시 아마존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윤성 11번가 마케팅실 매니저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20~30% 추가 할인할 것을 감안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옥션은 28일까지 ‘블랙 에브리데이’ 행사를 열고 해외 직구 인기 상품 100가지를 최대 70% 싸게 판다. 날짜별로 24일에는 코치 지갑과 가방을 평소보다 56% 할인 판매하고 25일에는 투미 백팩, 26일에는 폴로 패딩을 싸게 판매한다. G마켓은 28일까지 소렐 부츠, 유아용 벤츠 전동차, 다이슨 청소기 등을 25~30% 할인해 내놓는다.

○백화점, 수입 의류 특가전

백화점들도 계열 온라인몰 등을 통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할인에 적극적이다. 고가 수입의류와 잡화의 해외 직구로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24~30일 의류와 잡화를 평소보다 최대 75% 싸게 판매하고 20% 할인쿠폰도 지급한다.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을 20% 할인한 96만원에 판매한다. 국내 여성 직구족들이 즐겨 찾는 미국의 의류 온라인몰 샵밥(www.shopbop.com)이 23일 현재 같은 제품을 845달러(약 94만원)에 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김예철 SSG닷컴 마케팅 상무는 “쿠폰 할인, 신용카드 할인까지 더하면 직구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와 별도로 28~30일 센텀시티점, 인천점, 광주점에서 나인웨스트 롱부츠를 최저 5만원에 판매하는 등 수입 의류·잡화 특가 행사를 벌인다.

○‘블프 직구’ 50% 증가 예상

관세청이 집계한 해외 직구 금액은 2011년 5360억원에서 지난해 1조1356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시작되는 미국 할인 행사 기간에 직구가 집중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해 직구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일시적인 할인 행사로 직구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 때 할인하는 수입품은 대부분 물량이 한정돼 있고 종류도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미국 유통업체들은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에 맞춰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이 세일 기간 매출이 급증해 장부상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