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렌트하면 총 4382만원, 할부 4620만원, 리스 5360만원
1년 중 차를 바꾸는 소비자가 가장 많은 연말이다. 연말 보너스가 있는 데다 어느 때보다 차량 특별 할인도 많다. 그래도 늘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그냥 단박에 현금 박치기로 끝내면서 왕창 차값 할인받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판 알을 튕겨본다. 갈수록 장기 렌터카가 늘고 리스나 할부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떻게 차를 장만하는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이 된다.

◆렌터카가 가장 저렴

베스트 셀링카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랜저 HG300 프리미엄의 소비자 가격은 3270만원이다. 현금이 두둑하게 있다면 어떡하든 딜러를 구슬려 차값을 깎는 게 이익이다.

목돈이 없다면 대안은 렌트와 리스, 할부 등이다. 4년 뒤 차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장기 렌트와 리스를 이용한다면 일반적으로 차값의 30%를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981만9000원이 필요하다. 할부도 선납금 비율을 정하기 나름이지만 20%를 낸다고 하면 654만6000원을 일시불로 내야 한다.

차이는 그 다음부터 난다. 렌트와 리스는 매달 납입금만 내면 다른 추가 비용은 없다. 반면 할부로 구입하면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든다. 선납금 외에도 취득세와 공채 할인 비용, 여기에 자동차세, 보험료까지 끝이 없다. 이런 비용만 4년간 1000만원이 더 들어간다. 특히 사고 경력이 많거나 나이가 어려 보험료가 비싼 소비자들이라면 할부가 더욱 부담이다. 렌트나 리스는 보험료 할증이나 가입 거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다.

월 납입금을 비교해보면 렌트가 리스보다 저렴하다. SK렌터카를 통해 4년 계약으로 그랜저를 타면서 내는 월 렌털료는 68만8000원이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월 리스료는 82만6000원이다. 할부금은 54만6000원이다.

4년간 들어간 비용을 합산하면 렌터카의 총 비용은 4284만원으로 리스보다 978만원 싸다. 물론 4년 뒤 렌터카나 리스 차량을 인수하면 98만원가량의 부대비용이 더 든다. 그래도 렌터카를 이용하면 할부 구입에 대비해선 238만원 아낄 수 있다.

최근엔 장기 렌트로 이용할 수 있는 수입차도 늘고 있다. 같은 조건으로 SK렌터카를 통해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를 4년간 타려면 매달 80만8000원을 내야 한다. 아우디 A6 2.0 TDI나 BMW 520d, 벤츠 220 CDI 등을 운행하려면 113만~124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그랜저 렌트하면 총 4382만원, 할부 4620만원, 리스 5360만원
◆기름값 L당 200원 할인 혜택

그랜저 렌트하면 총 4382만원, 할부 4620만원, 리스 5360만원
렌터카의 장점 중 하나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많다는 점. 할부나 리스로는 이용할 수 없는 LPG 차량을 타면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전자들은 연간 20% 이상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멤버십 혜택을 이용하면 절감 폭은 더 커진다. SK렌터카는 장기 렌터카 소비자에게 SK 직영

주유소에서 L당 최대 200원을 할인해준다. 다른 신용카드의 주유 할인 혜택과도 중복해서 쓸 수 있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네 가지 선택형 멤버십을 이용해 국내 왕복권이나 호텔, 패밀리레스토랑 할인 혜택도 받는다.
그랜저 렌트하면 총 4382만원, 할부 4620만원, 리스 5360만원

주행거리 증가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도 없다. 리스를 이용할 때 연간 주행거리가 2만~4만㎞ 이상이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지만 장기 렌터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장년층에게 장기 렌터카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은퇴 후 소득이 없어도 자동차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데 렌터카는 그런 걱정을 덜어준다. 렌터카는 개인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오히려 은퇴한 고령자의 건강보험료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도 있다.

리스의 강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차량 번호판이 다양하다는 점. 렌터카로 대표되는 ‘허’를 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렌터카 업체들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허’뿐만 아니라 ‘하’와 ‘호’ 번호판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호’ 번호판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렌터카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성공한 사람’이나 ‘대기업 임원’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렌터카 시장은 커지고 있다. 2008년 20만대에 달했지만 불과 6년 만에 42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렌터카 업체들은 시장 성장 속도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용 신차 중 렌터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 누적 등록 차량 중 렌터카 비율도 2%로 일본(4.2%)이나 미국(7%)보다 낮다.

황창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렌터카 산업은 10년간 연평균 16% 이상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전체 차량 중 렌터카 비율이 낮아 앞으로도 렌터카 시장의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