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남 FA컵 우승, 박준혁의 승부차기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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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FC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FA컵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사진 = 성남FC)
축구는 거짓말같은 순간을 종종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시즌 마지막 두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K리그 클래식 순위표로보나 홈 경기 어드밴티지를 고려하더라도 FC 서울이 우승 트로피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대반전 드라마가 결승전에서 만들어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FC가 23일 낮 2시 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9회 2014 FA(축구협회)컵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의 싸움을 득점 없이 끝내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주인공은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었다. 2010년 경남FC의 골키퍼로 K리그 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듬해 대구FC로 둥지를 옮겨 드디어 주전의 기회를 잡았다.
작년에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년을 뛰고 올해부터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FC의 골문을 지킨 박준혁은 이 결승전 경기 시작 후 22분만에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야말로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페널티지역 표시선까지 달려나가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낸 박준혁은 아찔하게도 그 공을 놓치고 말았다. 거기서 FC서울 골잡이 에스쿠데로가 그 공을 가로채 빈 골문으로 공을 몰고 달려갔다. 그런데 박준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슛을 시도하는 에스쿠데로를 향해 슬라이딩 태클로 1차 저지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 인해 뜬 공은 다시 에스쿠데로의 차지였다. 여기서도 손쉬운 골 장면이 떠올랐지만 수비수 곽해성이 포기하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부상의 위험도 감수한 투혼이었다. 박준혁은 떨어준 공을 주워 안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승전 승부의 갈림길이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들어질 뻔했던 것이다. 이것이 승부차기의 반전 드라마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후반전에 김진규의 헤더 골대 불운까지 겪은 FC 서울은 연장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후보 골키퍼 유상훈을 들여보냈다. 그것이 119분의 일이었으니 그 다음은 성남의 전상욱이 들어갈 차례였다.
그런데 아웃 오브 플레이 상황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김종혁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장갑을 끼고 선수교체를 위해 대기심과 나란히 서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전상욱은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를 눈치 채고 공 소유권을 쥔 FC서울 선수들에게 공을 더 뒤로 돌리라고 지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추가시간 없이 끝난 연장전은 승부차기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관심의 주인공은 당연히 양팀 골키퍼였다. 김용대의 점차 아성을 넘어서고 있는 유상훈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고 전반전에 큰 실수를 저질렀던 박준혁은 위축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대반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박준혁은 FC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가 왼발로 찬 킥을 왼쪽으로 몸날려 잡아냈고, 세 번째 키커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의 왼발 슛도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오른손으로 쳐냈다.
그러는 동안 성남FC의 네 명 키커들은 침착하게 모든 슛을 성공시키며 4-2의 우승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현재 K리그 클래식 11위에 내려가 있어서 강등 위기에 처한 성남FC는 우승으로 얻은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품에 안고 26일(수) 저녁 7시 30분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들어와 인천 유나이티드FC(9위)를 상대하게 된다.
반면에 챔피언스리그 3년 연속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친 FC서울(4위, 54점)은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또 한 장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기 위해 같은 시각에 포항 스틸러스(3위, 57점)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제19회 2014 FA컵 결승전 결과(11월 23일 낮 2시 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서울 0-0 성남 FC
- 연장전 후 승부차기 4-2로 성남FC 우승
- 승부차기 내용(왼쪽이 FC서울)
오스마르 왼발 슛 박준혁 선방 - 정선호 왼발 슛 성공
김진규 오른발 슛 성공 - 제파로프 왼발 슛 성공
몰리나 왼발 슛 박준혁 선방 - 임채민 오른발 슛 성공
강승조 오른발 슛 성공 - 김동섭 오른발 슛 성공
◎ FC 서울 선수들
FW : 윤일록(95분↔몰리나), 에스쿠데로(74분↔윤주태)
MF : 고광민, 이상협(107분↔강승조), 오스마르, 고요한, 차두리
DF : 김주영, 김진규, 이웅희
GK : 김용대(119분↔유상훈)
◎ 성남 FC 선수들
FW : 김동섭
AMF : 김동희(87분↔황의조), 제파로프, 김태환
DMF : 이요한(76분↔이종원), 정선호
DF : 곽해성, 윤영선, 임채민, 박진포
GK : 박준혁
◇ FA컵 역대 우승 팀
2013년 포항 스틸러스
2012년 포항 스틸러스
2011년 성남 일화
2010년 수원 블루윙즈
2009년 수원 블루윙즈
2008년 포항 스틸러스
2007년 전남 드래곤즈
2006년 전남 드래곤즈
2005년 전북 현대
2004년 부산 아이파크
2003년 전북 현대
2002년 수원 블루윙즈
2001년 대전 시티즌
2000년 전북 현대
1999년 천안 일화
1998년 안양 LG
1997년 전남 드래곤즈
1996년 포항 스틸러스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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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거짓말같은 순간을 종종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다. 시즌 마지막 두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K리그 클래식 순위표로보나 홈 경기 어드밴티지를 고려하더라도 FC 서울이 우승 트로피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대반전 드라마가 결승전에서 만들어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FC가 23일 낮 2시 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19회 2014 FA(축구협회)컵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의 싸움을 득점 없이 끝내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주인공은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었다. 2010년 경남FC의 골키퍼로 K리그 무대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듬해 대구FC로 둥지를 옮겨 드디어 주전의 기회를 잡았다.
작년에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1년을 뛰고 올해부터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FC의 골문을 지킨 박준혁은 이 결승전 경기 시작 후 22분만에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야말로 실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페널티지역 표시선까지 달려나가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낸 박준혁은 아찔하게도 그 공을 놓치고 말았다. 거기서 FC서울 골잡이 에스쿠데로가 그 공을 가로채 빈 골문으로 공을 몰고 달려갔다. 그런데 박준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슛을 시도하는 에스쿠데로를 향해 슬라이딩 태클로 1차 저지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 인해 뜬 공은 다시 에스쿠데로의 차지였다. 여기서도 손쉬운 골 장면이 떠올랐지만 수비수 곽해성이 포기하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부상의 위험도 감수한 투혼이었다. 박준혁은 떨어준 공을 주워 안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승전 승부의 갈림길이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들어질 뻔했던 것이다. 이것이 승부차기의 반전 드라마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후반전에 김진규의 헤더 골대 불운까지 겪은 FC 서울은 연장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후보 골키퍼 유상훈을 들여보냈다. 그것이 119분의 일이었으니 그 다음은 성남의 전상욱이 들어갈 차례였다.
그런데 아웃 오브 플레이 상황이 더이상 나오지 않고 김종혁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장갑을 끼고 선수교체를 위해 대기심과 나란히 서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전상욱은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를 눈치 채고 공 소유권을 쥔 FC서울 선수들에게 공을 더 뒤로 돌리라고 지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추가시간 없이 끝난 연장전은 승부차기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관심의 주인공은 당연히 양팀 골키퍼였다. 김용대의 점차 아성을 넘어서고 있는 유상훈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고 전반전에 큰 실수를 저질렀던 박준혁은 위축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대반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박준혁은 FC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가 왼발로 찬 킥을 왼쪽으로 몸날려 잡아냈고, 세 번째 키커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의 왼발 슛도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오른손으로 쳐냈다.
그러는 동안 성남FC의 네 명 키커들은 침착하게 모든 슛을 성공시키며 4-2의 우승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현재 K리그 클래식 11위에 내려가 있어서 강등 위기에 처한 성남FC는 우승으로 얻은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품에 안고 26일(수) 저녁 7시 30분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들어와 인천 유나이티드FC(9위)를 상대하게 된다.
반면에 챔피언스리그 3년 연속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친 FC서울(4위, 54점)은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또 한 장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얻기 위해 같은 시각에 포항 스틸러스(3위, 57점)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제19회 2014 FA컵 결승전 결과(11월 23일 낮 2시 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서울 0-0 성남 FC
- 연장전 후 승부차기 4-2로 성남FC 우승
- 승부차기 내용(왼쪽이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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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오른발 슛 성공 - 제파로프 왼발 슛 성공
몰리나 왼발 슛 박준혁 선방 - 임채민 오른발 슛 성공
강승조 오른발 슛 성공 - 김동섭 오른발 슛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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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 : 김주영, 김진규, 이웅희
GK : 김용대(119분↔유상훈)
◎ 성남 FC 선수들
FW : 김동섭
AMF : 김동희(87분↔황의조), 제파로프, 김태환
DMF : 이요한(76분↔이종원), 정선호
DF : 곽해성, 윤영선, 임채민, 박진포
GK : 박준혁
◇ FA컵 역대 우승 팀
2013년 포항 스틸러스
2012년 포항 스틸러스
2011년 성남 일화
2010년 수원 블루윙즈
2009년 수원 블루윙즈
2008년 포항 스틸러스
2007년 전남 드래곤즈
2006년 전남 드래곤즈
2005년 전북 현대
2004년 부산 아이파크
2003년 전북 현대
2002년 수원 블루윙즈
2001년 대전 시티즌
2000년 전북 현대
1999년 천안 일화
1998년 안양 LG
1997년 전남 드래곤즈
1996년 포항 스틸러스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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