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크리스티 미술경매서 낙찰
홍씨가 커브드 UHD TV 뒷면을 캔버스로 삼은 것은 각종 코드 연결 부위가 복잡하게 얽혀 울퉁불퉁한 여느 TV와 달리 뒷면이 깔끔하게 처리돼 있기 때문. 홍씨는 전통옻칠의 장점과 현대 디자인의 조형미를 융합했다. 접착제와 옻을 섞어 TV 뒷면에 금박을 입히고, 그 위에 다시 옻칠을 얇게 바른 뒤 이를 말렸다. 정해진 온도와 습도를 맞춰야 하므로 말리는 작업은 까다롭다. 그 후 종이에 그린 드로잉에 따라 바늘로 하나하나 모양을 찍은 뒤 먹으로 그림을 그린 다음 다시 여러 차례 옻칠을 입혔다. 불상에 황금칠을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세계 최초·유일의 아트TV 뒷면에는 이소룡과 서커스의 한 장면, 무대 위의 가수 등 TV가 대중에게 주는 다양한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작품 주제는 ‘TV에 대한 기억’. 빛이 바랜 듯한 그림들은 희미한 옛 기억의 편린을 모아놓은 듯하다. 홍씨는 “TV는 단지 하나의 가전제품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보고 즐김으로써 공통의 기억을 만들고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홍씨는 “보통 나무 위에 하는 옻칠 작업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금속 소재에 칠을 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었다”며 “시청할 때의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작품이 TV와 조화될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탈 소재의 커브드 TV 뒷면에 옻칠을 입히는 작업은 어렵기도 했지만 색다른 도전이었고, 모든 것이 새로운 예술 작품을 위한 노력이라 생각하니 이런 고민마저 즐거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업하기 전에 삼성 커브드 UHD TV를 여러 번 봤는데, 어느 각도에서 봐도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부드러운 곡률과 선명한 화질이 놀랍더군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커브드 UHD TV라는 명성에 걸맞게 옻칠 작업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담았습니다.”
TV에 예술가의 상상력을 입힌 이 아트TV는 경매 프리뷰 기간 홍콩컨벤션센터에 전시된 후 자선 경매행사에서 판매됐다. 경매 수익금은 안과 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홍콩 오르비스(Orbis)재단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