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남북 농업협력으로 여는 북한농촌 발전의 길’ 세미나에서 남성욱 고려대 교수(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농촌개발협력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남북 농업협력으로 여는 북한농촌 발전의 길’ 세미나에서 남성욱 고려대 교수(왼쪽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농촌개발협력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북한에 경제적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선언에서 밝힌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거점으로는 개성공단지구 등 북한 내 경제특구의 배후지역이 꼽혔다. 다만 급하게 추진하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제특구 중심 건설해야”

24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 주최 및 농촌경제연구원 주관(한국경제신문·농림축산식품부 후원)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남북 농업협력으로 여는 북한 농촌 발전의 길’ 세미나에서 북한 복합농촌단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복합농촌단지는 몇몇 거점에 단지를 조성, 농업 생산 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지역의 농업, 축산, 산림사업을 남북이 협력해 종합적으로 개발해보자는 구상이다.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북한에 제안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장은 “지금껏 대북 농업협력사업은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북한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데다 정치논리에까지 휘둘리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다”며 “복합농촌단지 협력을 통한 농업부문의 생산성 향상은 북한 경제성장의 기반이자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합농촌단지가 북한 농업개혁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할 수만 있다면 북한의 농업생산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남북 간 농산물 교역도 확대돼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복합농촌단지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축산복합단지, 산림복합단지,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한 복합농촌단지 등이다.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시범단지 조성 시엔 지역 농민의 소득 증대와 생활환경 개선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먼저 북한 내수시장에서 소득을 올리고 생산량이 더 증가한다면 한국, 중국, 일본 시장과의 교역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합농촌단지의 조성지역으로는 북한 내 경제특구나 경제개발구의 배후지역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위원은 남한과의 통관·통행·통신 등 이른바 ‘3통(通)’ 보장을 전제조건으로 개성공업지구 배후지역을 후보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성공업지구 배후지역은 시장경제를 학습했기에 주민의 수용 가능성이 높다”며 “약 5만4000명에 이르는 공단 내 남북한 근로자를 위한 식부자재 공급기지로도 육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농업을 뛰어넘는 지원과 협력체계의 그림이 그려진 뒤 복합농촌단지 조성계획을 실행해야 한다”며 “북한 농업실태를 정확하게 진단·분석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우선 가시적으로 농업용 경운기 1000대를 북한에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농업협력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도 “1단계 사업으로 비료와 생산설비 등 물자를 지원하고 다음 단계로 인프라 지원, 그 다음 단계로 연구지원, 인재양성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