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30시간 100만원에 취업 지도사 자격증 '뚝딱'
취업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취업 전문가’ 간판을 내건 취업 컨설턴트가 늘어나고 있다. 특정 그룹 인사담당자 출신, 취업 관련 서적 저자 등 관련 이력을 내세우며 취업준비생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사교육 시장 자체가 진입 문턱이 없다 보니 과거 경력을 알 수 없는 ‘속성 취업 전문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의 대학생 대상 격주간지 ‘캠퍼스 잡앤조이’ 최근호는 취업 컨설팅 시장의 이면을 집중 분석했다.

◆100만원에 “나도 취업 전문가”

속성 취업 전문가는 취업 관련 기업에서 배출된다. 국내 최초로 취업교육 전문 강사 양성 과정을 개설한 ‘E’사가 대표적이다. 채용 전문 컨설팅사를 표방하는 이 회사는 2010년부터 3개월 간격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곳의 취업 컨설턴트 양성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E사 관계자는 “총 5회에 걸쳐 자기소개서 코칭법, 기업 직무 이해, 진로 코칭법, 면접 스킬 등을 위주로 3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본사에서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는 ‘취업지도사’ 자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 요건은 따로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료 직후부터 바로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할 기회를 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을 수료하면 취업지도사 1급 민간자격증 및 수료증과 함께 강의안, 강의 자료, 교재 등을 제공한다는 것. 이렇게 취업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수강료는 100만~150만원.

취업 컨설턴트를 배출하는 곳은 이외에도 많다. 평균 20시간에 50만원의 비용을 수업료로 책정하고 E사와 비슷한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교육 수료 후에는 바로 ‘취업 컨설턴트’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C사 관계자는 “교육을 마치면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취준생 상대로 취업 컨설팅 실전 연습

한 취업 컨설턴트 양성 과정을 수강한 A씨는 “2년제 대학을 졸업해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 졸업생에게 컨설팅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경력을 부풀리기 위해 부랴부랴 대학원에 입학해 ‘학력 세탁’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속성 과정을 거친 취업 컨설턴트들은 업체의 ‘설명’대로 현장에 바로 나간다. 각 대학에서 시행하는 취업 캠프, 취업 특강 등이 이들의 주요 데뷔 무대다. 경력 10년의 취업 컨설턴트 B씨는 “수료생에게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특전을 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사내 강사’를 통한 인건비 절약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내 강사 시스템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당 6만원 안팎의 값싼 인건비로 전체 프로그램 비용을 낮춰 전국의 취업 프로그램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인적자원개발 분야 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는 C씨는 “양성 과정을 갓 수료한 초보들이 활동하면서 기존 취업 컨설턴트들의 인건비가 하향 평준화되고, 전문성을 가지고 컨설팅·상담을 해왔던 전문인력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 교육 시장, 메스가 필요한 시점

취업 시장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씨는 “진입 문턱이 전혀 없다 보니 자정능력이 떨어져 질 낮은 강의가 이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취준생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있는 강사를 학교 울타리 안으로 들이는 것도 한 가지 해결 방안이다. 단국대는 취업강사 대신 상담 및 교육전문가 7명을 채용해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과 학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박수진/김은진 한경매거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