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 "표준의 목적은 편리…규제 아냐"
“표준협회에 들어와 보니 표준에 대한 (협회의) 정책개발 역할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사진)은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추격형 혁신을 해 왔기 때문에 세계 표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책 당국과 기업의 기술 표준과 인증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취임한 그는 표준협회가 2004년 상근회장 체제로 바뀐 뒤 비(非)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올랐다 . 동국대 석좌교수,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전기학회장 등을 지냈다.

백 회장은 “최근 국제표준화기구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다”며 “김학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IEC 시장전략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이번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IEC 총회에서 이정준 LS산전 연구단장이 표준관리위원회 이사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백 회장은 그러나 “표준과 인증을 받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지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표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인증의)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의 본질적인 목적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준 인증 및 교육 과정에 평가가 포함되기 때문에 직업윤리와 절차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문서화하고 만장일치를 기본으로 하는 등 절차부터 국제표준에 맞춰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 회장은 또 “표준 관련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는 미래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학에서 표준·인증 관련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