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4만2000원 vs 83만6000원
입사 서류용 증명사진 3만원, 면접용 기업분석 자료 1만2000원, 면접용 정장 30만원.(A기업 IT직군 지원자 컴퓨터공학과 김씨)

증명사진 7만원, 인·적성 참고서적 5만원, 인·적성 온라인 특강 10만원, 면접용 기업분석 자료 1만6000원, 면접컨설팅 30만원, 면접용 정장 30만원.(A기업 일반직 지원자 영문학과 박씨)

최근 한 대기업의 면접장에서 기자가 만난 이공계 취업준비생과 인문계 취업준비생이 면접 등을 위해 들인 비용이다. 대체로 인문계 학생이 이공계 학생보다 두 배 이상 지출이 많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차이는 경쟁률 차이에서 비롯됐다. A기업의 올 하반기 입사 경쟁률은 이공계 지원자가 대부분인 IT직군은 34 대 1이었으나 인문계 지원자가 많은 일반직은 161 대 1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인문계 출신들은 전형 단계마다 더 많은 공(功)을 들여야 한다. 일반직 지원자 박씨는 입사지원서의 증명사진을 찍는 데도 이공계 취업준비생보다 더 많은 7만원을 내야 했다. 사진관에서 간단한 화장과 머리 손질까지 받은 뒤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서류 합격 후에도 필기시험인 인·적성 검사를 준비하기 위해 인·적성 관련 서적 두 권과 동영상 강의 CD까지 샀다. 이에 비해 이공계생 김씨는 학교 도서관에서 인·적성 책을 빌려 준비했다.

더 큰돈은 면접 때 들었다. 인문계생 박씨는 어렵게 잡은 면접을 앞두고 사설 면접컨설팅에 30만원을 기꺼이 투자했고 취업준비생이 많이 보는 기업분석 자료도 두 군데에서 사서 봤다.

취업준비생 사이에 유행하는 ‘지·여·인(지방대, 여성, 인문계)’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 등을 떠올리면 더 많은 투자라도 하겠다는 게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환경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 적합성을 따져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삼성의 결정은 바람직하다. 벼락치기식 취업 준비를 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미래 직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