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핀테크 혁명 거스르는 금융 규제 풀어야
‘핀테크(Fintech)’가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 두 단어를 결합한 합성어로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기술을 의미한다. 스마트 혁명은 상거래, 교육을 넘어 이제 ‘금융의 민주화’인 P2P(Peer to Peer·개인 간 인터넷상 금융직거래)로 치닫고 있다.

급성장한 핀테크 기업들을 살펴보면, 페이팔과 같은 결제대행 페이게이트 기업, 렌딩클럽과 프라스퍼와 같은 P2P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사, 온덱과 같은 소셜 평판에 기반한 스마트 대출은행, 스트라이프와 같은 개방형 결제 기업, 킥스타터와 같은 지원형 크라우드 펀딩 등 이미 3000개가 넘는 기업이 등장했다. 새 벤처기업 이외에도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라는 결제 서비스에 이어 위어바오라는 금융 서비스를 시작해 100조원 가까운 금액을 끌어들이고 있다. 알리바바의 성공에는 중국 정부의 금융에 대한 탈(脫)규제 정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마존은 원클릭 서비스에 이어 보유 신용카드를 바탕으로 아마존 페이먼츠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 구글과 페이스북은 애플페이와 구글은행 그리고 와츠앱을 통해 금융에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출발한 엠-페사는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통해 먹거리 결제와 송금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는 동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휴대폰 간편 결제가 일상화돼 있다.

은행이 탄생한 배경에는 거래 당사자 간의 ‘금액의 불일치’와 ‘기간의 불일치’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금액과 기간을 일치시켜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이 만나서 거래하는 일은 천운(天運)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중간 매개 기관으로서 은행이 등장해 금액과 기간의 불일치를 규모의 경제로 극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결과, 은행은 예금과 대출의 마진으로 화려한 빌딩을 소유하고 엄청난 연봉의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기술금융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위험 부담이 없는 대기업 대출은 수익 창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중소벤처에는 위험도보다 높은 추가 이자를 산정할 수 있으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중소벤처에도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담보대출과 보증서를 바탕으로 한 기존 거래 관행은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능력을 높이지 못했다.

이제 P2P 금융혁명은 이런 문제들을 스마트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액센츄어에 의하면 핀테크 벤처 투자는 지난 5년 사이에 1조원 미만에서 3조원 규모로 고속성장했다고 한다. 이들의 투자 분야는 거래 플랫폼,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 다양한 알고리즘 제공기업이 있다.

한국을 돌아보자. 다음카카오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에 이어, 스마트폰에 담긴 ‘지갑’이라는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했다. 그런데 뱅크월렛 웹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해 액티브X를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만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맥이나 리눅스 같은 비(非)윈도 운영체제(OS)에선 아예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게다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의 역동성과 비교해 보라.

한국의 핀테크는 액티브X로 대변되는 금융 규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인 80위로 평가된 이유는 바로 금융 당국의 경직성이 근본 원인이다. 핀테크 경쟁에서 뒤처지면 창조경제 구현은 물 건너간다는 점에서 금융 구조 개편을 강력히 요청한다. 문제는 금융이다.

이민화 < KAIST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mhlees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