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 "경제발전과 환경보호, 공존 가능하다"
“우우우~우우! 우~ 굿나잇.”

25일 오후 이화여대 대강당에 침팬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울음소리는 침팬지가 아닌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사진)가 낸 소리였다. 구달 박사는 1957년 23세의 나이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침팬지 서식지에서 20년간 침팬지와 함께 생활한 동물학자다. 그는 현재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경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달 박사는 이날 이화여대가 주최한 ‘14회 김옥길 기념강좌’에 초청받아 학생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 중 들려준 울음소리는 “침팬지들이 잠을 자기 전에 말하는 일종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강좌에는 이화여대생을 비롯해 청소년, 지역주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구달 박사는 강연회에서 침팬지 사회에서 생활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좋은 어머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침팬지 사회를 지켜보면서 침팬지에게도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인간과 같이 좋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침팬지가 더 잘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한 것 역시 바로 어머니”라며 “아프리카에서 동물과 함께 살겠다는 말에 모두가 비판했지만 어머니는 지지하고 믿어줬다”고 했다.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밝혀낸 과정도 설명했다. 구달 박사가 이를 발견하기 전까지 동물학계에서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믿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모래굴 속에 있는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나뭇가지를 쑤셔 넣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강연회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자연 파괴 사례도 지적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500년 된 산림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경제 개발이 환경보호보다 우선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기본적인 경제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아프리카의 자연 파괴를 막으려고 원주민들에게 친환경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무담보 대출 사업’을 펼친 바 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제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한 투자”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쇼핑을 좋아하는데 구매 활동을 할 때 자연 파괴와 해당 제품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각하고 구입한다면 경제발전과 환경이 공존하는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달 박사의 방한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그는 방문기간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 임순례 영화감독(동물보호시민단체 대표) 등을 만나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알렸다. 앞서 24일에는 ‘제2의 구달 박사’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만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환경보호 운동단체인 ‘뿌리와 새싹’ 한국 지부 어린이들을 만나 토론회를 열었다. 오후에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제인 구달’ 상영회에서 어린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환경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며 “학생들이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다면 ‘동물 보호’ 등 작은 주제를 정해 뜻이 맞는 사람을 모아 소수로 활동해보라”고 조언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