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 쇼핑 상권의 밤은 오후 8시쯤 시작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늦은 저녁부터 하나 둘 켜지던 네온사온 불빛은 자정을 넘어서자 더욱 어둠을 밝히며 낮처람 환해졌다.
3일 동안 저녁마다 동대문을 방문했으나 한국인 쇼핑객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대한민국의 쇼핑메카 중 '탑3'로 꼽히며 대표 쇼핑 공간으로 불렸던 동대문상권의 주력 소비층이 3~4년 새 크게 바뀌었다.


옆에서 옷을 고르던 일행들도 "동대문상권은 외국인 쇼핑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며 "화려하고 값비싼 옷들로 꾸며놔 한국인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안 온다"고 지적했다.
38년간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해온 김인수 씨(78)는 "요즘 택시 타는 사람들은 죄다 중국인이고 아주 드물게 일본인이나 동남아 사람들도 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관광을 위해 더 정책을 잘 만들어야지, 예전처럼 바글바글하던 때가 그립다" 며 " 외한위기가 끝난 이후가 가장 호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들에게 한국에서 쇼핑을 하면서 불편한 것 없었냐고 묻자 "쇼핑을 할 때는 상인들이 영어도 잘하고 친절해서 좋은데 택시 기사들은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두타 매장 1층에 위치한 K.Kumann 매장 직원 양정욱 씨(30)는 "동대문에 DDP가 생긴 뒤 중화권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증가했다" 며 "엔저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한 남성 관광객은 "30년 넘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계 주민들이 일본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 며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잘 풀고 일본 내 거주하는 한국인 주민들의 고충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속상해했다.
새벽까지 시장을 돌며 더 매품의 가격을 살펴본 결과 신발이나 음식류 가격은 과거에 비해 소폭 오른 듯했다. 소매로 판매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관광객의 말처럼 시중가보다도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DDP 근처에서 자정 늦게까지 주변을 서성이며 경호를 서고 있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다" 며 "드라마나 K-POP 같은 한류 열풍 때문인지 DDP를 찾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