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의 메카 서울 '동대문 상권'의 소비층이 달라졌다. 저렴하게 옷을 구매하기 위해 동대문을 찾던 내국인보다 쇼핑을 온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밤을 잊은 동대문시장의 밤 거리를 들여다봤다.
서울 동대문의 밤거리 찾아봤더니 … 내국인 줄고 외국인 크게 늘어난 이유가
지난 주말 오후 8시께 지하철 동대문역 14번 출구를 나와 DDP 빌딩을 찾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렸다. 이들은 삼사오오 모여 동대문 근처 쇼핑상가로 쏜살같이 몰려갔다.

동대문 쇼핑 상권의 밤은 오후 8시쯤 시작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진다. 늦은 저녁부터 하나 둘 켜지던 네온사온 불빛은 자정을 넘어서자 더욱 어둠을 밝히며 낮처람 환해졌다.

3일 동안 저녁마다 동대문을 방문했으나 한국인 쇼핑객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대한민국의 쇼핑메카 중 '탑3'로 꼽히며 대표 쇼핑 공간으로 불렸던 동대문상권의 주력 소비층이 3~4년 새 크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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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상점에 걸린 메뉴판에도 한국어보다 중국어로 쓰인 것들이 많았다. 많은 상인들이 한국어 대신 중국어로 손님들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의 밤거리 찾아봤더니 … 내국인 줄고 외국인 크게 늘어난 이유가
두타 쇼핑몰에서 옷을 구경하고 있던 한국인 방문객은 "쇼핑하러 온 게 아니라 의류사업하려고 분위기 보러 온 거예요" 라며 "요즘 누가 동대문으로 쇼핑 오겠어요. 비싸요. 비싸"라고 말했다.

옆에서 옷을 고르던 일행들도 "동대문상권은 외국인 쇼핑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며 "화려하고 값비싼 옷들로 꾸며놔 한국인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안 온다"고 지적했다.

38년간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해온 김인수 씨(78)는 "요즘 택시 타는 사람들은 죄다 중국인이고 아주 드물게 일본인이나 동남아 사람들도 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관광을 위해 더 정책을 잘 만들어야지, 예전처럼 바글바글하던 때가 그립다" 며 " 외한위기가 끝난 이후가 가장 호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울 동대문의 밤거리 찾아봤더니 … 내국인 줄고 외국인 크게 늘어난 이유가
여행가방을 끌고 쇼핑을 하고 있던 20대 태국인 여행객들은 "예쁜 옷과 갖고 싶은 액세서리가 많아 3일 동안 10만 원 어치 쇼핑했다" 며 "물건들이 너무 비싸 구경만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한국에서 쇼핑을 하면서 불편한 것 없었냐고 묻자 "쇼핑을 할 때는 상인들이 영어도 잘하고 친절해서 좋은데 택시 기사들은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두타 매장 1층에 위치한 K.Kumann 매장 직원 양정욱 씨(30)는 "동대문에 DDP가 생긴 뒤 중화권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증가했다" 며 "엔저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한 남성 관광객은 "30년 넘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계 주민들이 일본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 며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잘 풀고 일본 내 거주하는 한국인 주민들의 고충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속상해했다.

새벽까지 시장을 돌며 더 매품의 가격을 살펴본 결과 신발이나 음식류 가격은 과거에 비해 소폭 오른 듯했다. 소매로 판매하는 의류와 액세서리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관광객의 말처럼 시중가보다도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DDP 근처에서 자정 늦게까지 주변을 서성이며 경호를 서고 있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다" 며 "드라마나 K-POP 같은 한류 열풍 때문인지 DDP를 찾는 외국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의 밤거리 찾아봤더니 … 내국인 줄고 외국인 크게 늘어난 이유가
동대문 상권 근처에는 새벽이 넘은 시간에도 수많은 차량이 뒤엉켜 경찰들이 교통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불법차량 불법 단속을 하고 있던 경찰들은 "걸린 사람들은 모두 벌금처리" 라며 "아무 곳이나 차량을 주차해 가뜩이나 복잡한 동대문 주변이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