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명산100 프로그램' 완료한 이정수 씨
이날 신발을 벗은 이씨가 보여준 맨발은 파스투성이였다. 그는 “티눈 제거 수술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등산을 다시 시작했다”며 “주변에서는 모두 걱정하지만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블랙야크에서 운영하는 ‘명산100 프로그램’을 완료했다. 지난해부터 지리산, 월악산 등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모두 오른 것이다. 옷에 달려있는 ‘100좌 정복 인증 패치’가 그의 ‘내공’을 짐작하게 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명산40 완주자 기념식에서는 최고 영예인 블랙야크상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13년 전에 찾아온 뇌졸중 때문에 아직까지 한쪽 팔·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산을 오르내리기 힘들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괜찮아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는 두 달 이상 식물인간처럼 꼼짝없이 누워 지냈다. 건강에 자신 있었던 이씨에게는 큰 시련이었다. 조금씩이나마 거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가 재활 수단으로 택한 것이 바로 ‘등산’이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집 근처 관악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산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 20분 넘게 걸렸을 정도다. 처음에는 100m, 다음 날은 150m를 오르는 식으로 조금씩 등반 거리를 늘려갔다. 그렇게 1년 만에 629m인 연주대 정상을 밟았다.
모든 등산코스를 빠짐없이 가봤다고 할 만큼 5년간 관악산을 매일 오르내렸다. 이씨는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말렸지만 포기하기 싫었다”며 “삶에 대한 의욕이 매일 산을 오르게 만든 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등산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동네 산악회에 가입해 매달 등산에 나섰다. 이후 동생의 추천을 통해 블랙야크 명산 프로그램에도 도전하게 됐다.
이씨가 생각하는 등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포기에 대한 유혹을 극복하고 정상을 밟았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폐활량을 키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갖고 있는 등산복은 모두 블랙야크 제품이다. ‘편한 착용감’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도 블랙야크 옷을 즐겨 입는다. 이날 그가 입은 ‘B5XM5 재킷’은 전문가형 헤비구스 다운재킷으로 비대칭절개 디자인과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배색이 특징이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을 높인 에어탱크 공법을 적용했다. 가격은 68만9000원이다.
등산화 ‘패스트모션’은 발의 곡선형에 맞춘 ‘모션핏 시스템’을 적용해 발등 압박을 최소화하고 쏠림을 방지한다. 이를 통해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한다. 블랙야크가 자체 개발한 루프그립 밑창은 접지력과 충격 흡수 기능이 뛰어나다. 노란색, 녹색 등 과감한 색상과 디자인을 택한 것도 특징이다. 가격은 21만9000원.
이씨의 남은 꿈은 ‘히말라야’ 등정이다. 매일 같이 전국 각지의 산을 찾아 다니는 것도 일종의 훈련과정인 것이다. 그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 이상 끝을 보고 싶다”며 “한 걸음씩 옮기다 보면 어느새 꿈을 이룬다는 것이 등산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