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도대체 우리은행을 팔려는 생각이 있기는 한 건가. 28일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을 앞두고 최근 정부가 보여온 행태를 보면 그냥 적당히 파는 시늉만 하다가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은 56.97%다. 이 중 30%를 단일주주에게, 그리고 나머지 26.97%의 소수지분은 3~5개 과점주주에게 분할 매각하겠다는 게 당초 정부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 중 어떤 매각도 올해 안에 성사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30% 지분 인수 의사를 보여온 교보생명과 중국 안방보험이 모두 부적합하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소문이 파다하다. 게다가 26.97%의 소수지분 인수 대상에서는 미국 자본의 참여를 원천 봉쇄해 버렸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가 배포한 소수 지분 입찰안내서에는 ‘미국 투자자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해당 응찰을 무효로 간주한다’는 괴이한 조항이 들어갔다.

소수 지분을 매각하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이 미국의 공모 절차법과 배치될 수 있어 아예 미국 쪽 참여를 막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주식 180만주(0.3%)가 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미국 증권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취해진 조치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구멍가게에서 물건 파는 것도 아니고 정부 소유 은행지분을 파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이다. 더욱 한심한 건 금융위를 포함해 매각 주관사, 법무법인 등도 매각 절차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금융위는 이 내용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자꾸 생기는 이유는 정부가 우리은행을 팔 생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등 떠밀리듯 매각 작업은 진행하지만 하나도 바쁠 게 없다는 식이다. 우리은행 매각이 무려 12년을 끌어온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우간다 수준이라는 푸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