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금융센터
부산국제금융센터
금융 중심지 조성의 시작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을 국정과제로 삼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다.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를 세운 게 1단계였다. 100조원을 웃도는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KIC를 보고 해외 유수 금융회사들이 서울에 지역본부를 둘 것이란 계산이었다. 2020년까지 금융허브를 완성한다는 것이 밑그림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금융허브는 중요한 국가 ‘아젠다’였다. 2008년엔 금융 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금융중심지법)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이 각각 종합금융 중심지와 특화금융 중심지로 지정됐다.

['지역균형'에 사라지는 '금융중심']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외국社 '0'
두 번의 정부를 거치며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동북아 금융 중심지를 만들려는 목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8월 문을 연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한 곳도 유치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기관들마저 핵심 인력은 서울에 두고 ‘두 집 살림’을 할 정도다.

서울 부산 두 곳의 금융 중심지만 해도 버거운데 ‘큰손’인 연기금마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어 금융허브 구축은 구두선에 그칠 위기다. 국민연금이 이전할 전주 역시 ‘금융 중심’을 외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사무소 설치는 전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아예 뉴욕 런던의 사무소를 확대하기로 했다. 인력도 현지에서 대규모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국내엔 글로벌 운용역량이 없는 연기금 본사만 이곳저곳에 생기는 것이다.

2008년 송도 영종도 청라를 금융 중심지 후보지로 내세웠다가 탈락한 인천시도 송도 기후금융허브 추진으로 설욕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전남 나주와 세종시도 각각 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유치를 계기로 금융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연금이 내년 이전할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역시 금융 중심지 부상을 꿈꾸고 있다.

이영직 금융위원회 글로벌협력팀장은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처럼 연기금 등을 유치하면 금융 중심지가 되는 게 아니다”며 “연기금의 지방이전이 지역 경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전 세계 금융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서울의 힘이 약화되는 역효과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