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정규직에 대한 법적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 체계를 바꾸는 노사 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공공기관 개혁 추진에 이어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당정 간 공감대가 읽힌다. 다행스런 일이다.

김 대표가 밝혔듯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152개국 중 133위로 저개발국 수준이다. 2000년엔 58위로 중위권이었지만 14년 만에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 엄격성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엄격하다. 해고가 맘대로 안 되니 신규채용도 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신규 채용률이 6.2%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국 경제 자체가 심한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자연스레 노동생산성도 떨어진다. 엊그제 나온 OECD 보고서가 잘 말해준다. 한국은 34개국 중 24위에 불과하다. OECD 보고서는 그나마 우호적이다. 다른 수많은 연구결과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유연하지 못하고 노동생산성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만 오르는 구조다. 기업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프레임이다. 그 저변에는 물론 강성 노조가 존재한다. 노조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7 민주화 체제’의 변용으로 강성 노조가 정치구조 속으로 뛰어들었던 결과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내부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노동개혁을 결심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사회적 합의로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개혁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달성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와 김 대표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소신과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