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6일 오전 8시47분

[마켓인사이트] 삼양, 260억으로 5000억 페트병 회사 인수
삼양그룹이 음료용 페트병을 생산하는 자회사 삼양패키징과 효성그룹의 페트병 사업부를 합병한 뒤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지난달 효성그룹 패키징 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SC PE는 합병 법인 지분 49%를 가진 2대 주주로 남는다. 삼양그룹과 SC PE는 이런 내용의 주주 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거래는 사모펀드를 내세워 경쟁사 경영권을 가져오는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M&A)으로 평가받는다. 매각 측 관계자는 “통상 경쟁사의 입찰 참여는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꺼린다”며 “경영권이 효성에서 삼양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사모펀드가 정거장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 효성그룹 실무진들은 페트병 사업부를 SC PE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까지 삼양그룹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패키징 사업부 매각은 28일 마무리되며, 합병은 내년 상반기 이뤄질 예정이다.

효성 페트병 사업부는 시장 점유율 1위다. SC PE의 인수 가격은 4150억원. 업계 3위인 삼양패키징 순자산(945억원)의 네 배를 웃돈다. 매출은 세 배 정도 많다. 삼양 측은 합병 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펀드에 후순위로 260억원을 대는 묘안을 짜냈다. SC PE는 인수자금 중 자본(1420억원) 비율을 낮추고 부채(2730억원) 비중을 높였다. 이에 따라 삼양과 SC PE의 합병 법인 자본금은 각각 1205억원(945억원+260억원), 1160억원(1420억원-260억원)이 된다. 삼양이 지분 51%를 갖고, SC PE는 나머지 49%를 보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삼양은 자사 패키징 사업부에다 260억원을 투자해 업계 1, 3위를 합친 총자산 5000억원 규모의 기업 경영권을 갖게 된 셈이다.

당장 넘어야 할 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효성(30%)과 삼양(15%)의 페트병시장 점유율 합계는 45% 수준. 하지만 그룹 내부 거래가 95% 이상인 롯데알미늄(15%)을 빼면 독과점 기준(50%)을 넘길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개월 이내 PEF의 자산 재매각 금지, 대기업의 SPC 출자 금지 법령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경쟁사로 이직하게 된 임직원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합병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