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부모가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부모 부양은 자식 책임’ ‘결혼은 꼭 해야 한다’ 등의 전통적인 가족 의식도 빠르게 옅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한국 사회가 불안하다는 국민은 급격히 늘었다.

○31%만 “부모 봉양은 가족 책임”

노부모 절반 이상 "생활비는 스스로"
27일 통계청이 전국 13세 이상 남녀 3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부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2%로 2008년 46.6%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비율은 31.7%로 2008년(40.7%)보다 9%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부모 부양은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비율은 같은 시기 3.8%에서 4.4%로 증가했다.

가족 가운데 부모 부양자로 장남이나 맏며느리를 꼽은 응답 비중은 2008년 17.3%에서 올해 6.2%로 하락했다. 대신 ‘모든 자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같은 시기 58.6%에서 74.4%로 상승했다.

○미혼 여자 38%만 결혼 필수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6.8%였다. 2008년 68%에서 크게 낮아졌다. 미혼 남자는 51.8%가 결혼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미혼 여자는 결혼을 원하는 비중이 38.7%에 그쳤다. 꼭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10대로 45.3%였다. 60세 이상은 75.8%가 꼭 결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혼에 대한 거부감도 감소했다. 이혼을 반대하는 비중은 2008년 58.6%에서 올해 44.4%까지 떨어졌다. 반면 동거에 대해서는 개방적으로 변했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은 같은 시기 42.3%에서 46.6%로 증가했다.

○국민 절반 이상 사회 불안

사회 안전은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는 50.9%를 기록했다. 2008년처럼 응답자를 만 15세 이상 기준으로 계산하면 불안하다는 비중은 51.4%로 광우병 사태가 있었던 2008년과 같다. 윤명준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설문조사 직전에 터진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국민 비중은 2012년에는 37.7%(만 15세 이상 응답 기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건축물이나 시설물 붕괴·폭발에 대한 불안은 2012년 21.3%에서 올해 51.3%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응답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인재(人災)’를 꼽았다. 해당 응답 비율은 21%로 2012년(7.0%)보다 세 배 넘게 증가했다. 다음은 국가안보(19.7%), 범죄 발생(19.5%) 순이었다.

올해 20세 이상 인구 중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22.8%로 15년 전인 1989년(39.3%)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1년간 술을 한 잔 이상 마셨다고 답한 비율은 64.4%로 2012년(69.3%)보다 4.9%포인트 감소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